정부 '전세사기특별법' 재의 요구 의결... "신속한 구제 목표 실현 못해"

정혜윤 기자 2024. 5. 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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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법 개정안이 주장하는 신속한 구제라는 목표를 개정안의 내용으로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전세사기피해자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그중에서도 "주무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재의 요구 사유는 개정 법률안의 집행이 곤란해 피해자들이 희망하는 신속한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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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 재의요구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29. kmx1105@newsis.com /사진=김명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법 개정안이 주장하는 신속한 구제라는 목표를 개정안의 내용으로는 도저히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전세사기피해자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대한민국헌법 제53조 제2항에 따라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은 공공에서 피해자들이 보유한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해 최우선변제금 이상의 가격으로 매입하고 그 대금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부가 재의를 요구하기로 한 주요 사유는 △피해 보전 재원의 부적절성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훼손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을 공공에 강제적으로 매각토록 해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 침해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부족 등이 있다.

박 장관은 그중에서도 "주무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재의 요구 사유는 개정 법률안의 집행이 곤란해 피해자들이 희망하는 신속한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먼저 "피해자들이 가지고 있는 채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경합하는 채권자가 몇 명이나 존재하는지, 이들이 가진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조세채권, 여타 질권 등 등기부등본에 표시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려운 권리사항들은 사전에 확정적으로 명확하게 분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가격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매수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환 채권의 가치를 미리 산정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들도 토론회 등에서 향후 낙찰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고 개인의 채권 관계까지 접근할 수 없어 보증금 반환채권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설혹 누군가가 가치를 산정한다고 해도 제시된 가격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공공이 채권의 가치를 낮게 산정했다면 피해자들이 이를 납득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는 "공공과 피해자 사이에 채권의 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만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택지지구 개발의 사례만 봐도 편입되는 부동산의 가격을 산정하고 협의를 거쳐 취득하는데 사업자와 소유자 간 이견으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박 장관은 또 "올해 주택도시기금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대한 예산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의 청약저축에서 빌려온 재원인만큼 이를 활용하는 데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속한 지원을 위해 추경을 통한다 하더라도 편성까지의 사회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논의의 초점은 피해를 구제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가급적 많은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느냐 하는 방법론에 놓여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 의지는 확고하다"며 "정부안이 신속히 제도화될 수 있도록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함께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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