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방송심의 폭주 그 후…남은 민원은 방심위가 떠맡는다?
'역대 최다 법정제재'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후속 조치 논란
선거 관련성 떨어지는 안건 심의하다 정작 총선 직전 방송 다루지 못해
야권 추천 위원 "선방심의위 잘못 운영된 걸 왜 우리가 책임 지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처리 못 한 민원들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후속 처리하기로 결정됐다. 선거 관련성이 떨어지는 방송마저 선방심의위가 일괄 심의하다 정작 총선 직전의 방송들을 심의하지 못해 생긴 문제인데, 방심위가 이를 맡는 것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심위는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22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처리하지 못한 민원을 방심위가 맡는 것으로 의결했다. 여권 추천 류희림·김우석·이정옥·허연회 위원이 동의했고 야권 추천 김유진·윤성옥 위원은 반대했다. 문재완 위원은 '조건부 동의'로 방심위가 후속 처리할 수밖에 없지만 선거방송이 아닌 일반 심의 규정 적용, 사무처 법적 검토 등 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민원인이 '선거방송'을 주장하면 안건으로 상정해 선거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방송까지 무리하게 심의한다는 비판을 받은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12~2월 방송에 대한 민원은 처리했지만 정작 총선을 앞둔 3~4월 방송에 대한 민원 대부분은 심의하지 못했다. 방심위는 민원이 들어온 순서대로 심의하는 것이 원칙이라 방심위가 3~4월 방송 민원들을 맡게 되면 대략 1년 뒤 심의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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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는 선방심의위를 설치·운영하며 행정을 지원하지만 서로 다른 법령에 근거한 별도 조직이다. 방심위 사무처는 “2017년 방심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바 있다”며 “선관위는 선방심의위가 설치·운영되는 기간 동안 심의하지 아니한 방송 심의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제한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심의 여부는 방심위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방심의위가 처리하지 못 한 안건을 방심위가 맡을 것인지 의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위원들 입장은 갈렸다. 방심위가 당연히 맡아야 한다는 입장과 별도 기구인 선방심의위가 잘못 운영된 걸 방심위가 처리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선방심의위는 법적으로 이미 임기가 다 됐으니 결국 그 안건이 붕 떠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누가 (처리)하겠나”라며 “선관위가 방심위 자율적 판단으로 책임 지라고 했으니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민원을 폐기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어쨌든 방심위를 기본으로 선방심의위 조직이 구성이 돼 있다. 외부 조직이 아니지 않나. 인건비 등 비용도 우리 위원회 비용”이라며 “아주 간단하다. 민원이 들어온 안건을 폐기하는 건 우리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가 심의하는 목적은 방송의 공정성이다. 그 하나의 목표이지, 다른 민원이 뭐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정옥 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선방심의위가 민원을 100% 처리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밤 10시까지 저녁도 못 먹고 7~8시간 회의했다고 들었다”며 “물리적으로 못한 걸 '선방심의위 너네 몇 달 동안 왜 이것도 못했어'라고 하기는 참 뭐하다. 회의 7~8시간 하신 거 다 아시지 않나”라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제 때 심의를 못했다고 안건을 폐기하는 건 방심위의 직무유기라고 하는 데 동의한다”며 “예를 들어 저희들이 이번 기수에서 처리하지 못했다고 다음 기수에서 일괄 폐기할 수 없는 것처럼 심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안건 폐기해야 한다. 이번에 폐기하지 않고 (방심위가) 처리하면 22대 총선 선방심의위 폐해가 반복될 수도 있다”며 “선방심의위가 임기 내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건 온전히 그 위원회가 책임 질 사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차라리 백서로 남기시라. 처리되지 못한 민원 낱낱이 외부에 공개하고 민원인에겐 선거방송이 아닌 일반 심의로 넣으라고 안내하시라”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류희림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후 선방심의위가 구성이 됐고 민원인이 선거방송으로 넣어달라 주장하면 그냥 선방심의위로 (안건이) 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었다”며 “무차별적으로 (민원을) 다 받아주니 기한 내 심의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렇게 파행적 구조를 만든 건 류희림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 위원들이다. 애초에 이걸 결정할 정당성이 류희림 체제 방심위엔 없다”고 주장했다.
방심위가 후속 대응하는 것에 '조건부 동의' 입장을 밝힌 문재완 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도 “선방심의위라는 특별 기구가 있는 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큰 목적이 있는 건데 이미 선거가 다 끝났다”며 “선방심의위가 선거일 이후 한 달 동안이라는 존속 기간을 더 뒀다. 그런데도 처리하지 못한 걸 방심위가 이어 처리하는 건 마땅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방심위와 선방심의위는 완전히 별도 기관이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을 따르지만 선방심의위는 공직선거법에 근거한다”며 “사실은 그 기구가 (민원을) 다 처리했어야 하는 사건이다. 임기 내 제대로 처리 못했으면 그건 선방심의위가 자기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논의야 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 법정제재를 의결할 경우엔 어떻게 되겠나. 법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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