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해도 돼” 청소년, 저소득 가정서 크게 늘어 ‘격차’도 확대
가족의 경제 수준에 따라 청소년들의 결혼 인식에도 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컸다.
여성가족부가 29일 공개한 ‘2023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 보고서’ 전문을 보면, 청소년들의 결혼관은 가정 경제 사정에 따라 차이가 났다. 지난해 월평균 가구 소득 200만원 이하 청소년 10명 중 7명(69%)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문항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조사대상 소득구간 중에서 ‘그렇지 않다’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월 소득 600만 이상 가구의 청소년은 같은 질문에 61.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이 결혼을 당위로 받아들이는 인식은 전체적으로 옅어지고 있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그 추세가 더 뚜렷하고, 가파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평균 가구 소득 200만원 이하의 청소년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020년 62.5%에서 지난해 69%로 3년만에 6.5%포인트 늘었다. 반면 가구 소득 600만원 이상 구간의 청소년은 2020년 같은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58.9%, 지난해엔 61.2%로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소폭 늘었다. 증가폭도 200만원 이하 구간에 비해 작았다.
이같은 소득 계층간 청소년의 결혼 인식 격차는 최근 두드러지는 결혼과 출산의 ‘계급화’ 현상과도 맞물린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2022년 보고서를 보면 소득을 하위·중위·상위로 나눴을 때, 2010년에서 2019년 사이 소득 하위층의 출생율은 51.0% 줄어들었지만 소득 상위층은 24.2% 감소에 그쳤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상대적으로 노동 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 재직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결혼·출산 확률 또한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보다 낮다고 보고한다.
청소년의 아침식사 비율이나 주관적 안녕감을 묻는 질문에서도 소득 계층간 격차가 확인됐다. 지난해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의 청소년은 43.9%가 아침 식사를 한다고 응답했다. 한부모·조손가족 등 청소년(52.7%)의 아침식사 비율도 절반에 그쳤다. 반면 소득 600만원 이상에선 청소년의 65.7%가 아침식사를 한다고 답했다.
‘어제 행복했는지’ 등을 물어 ‘긍정 정서’를 측정하는 질문에서도 소득 200만원 미만(10점 만점에 6.87)과 소득 600만원 이상(7.21) 가정의 청소년 사이에는 ‘행복 격차’가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아침식사비율과 긍정 정서 지표에서 모두 2020년 조사 때보다 소득 계층간 격차는 다소 완화됐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비율 격차는 2020년 28%포인트에서 지난해 21.8%포인트로 감소했다.
지난해 청소년의 주중 수면시간은 가구 소득 600만원 이상(7시간58분)에서 가장 짧았다. 고교생의 적정 수면시간을 6~8시간으로 볼 때, 주중 적정 수면시간에 미달하는 고등학생 비율(16.1%)은 가구 소득 600만원 이상에서 가장 많았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잠을 줄이고 사교육 등에서 보낸 시간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소년 건강 측면의 수면권 문제가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의 고등학생들에게 집중돼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청소년종합실태조사는 청소년기본법에 근거해 전국 5000가구의 주 양육자와 만 9~24세 청소년 총 742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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