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또다른 이름, 냉면 육수 매력이 순위 갈랐다 [떳다! 기자평가단]
한때 미식가로 자부하려면 평양냉면 맛을 알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석에서 밍밍한 육수와 뚝뚝 끊어지는 면발의 미학을 모르겠다고 답하면 아마도 그는 '초딩입맛'으로 몰렸을 것이다. 지금은 종영됐지만 tvN에서 방영한 '수요미식회'는 평양냉면 대중화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오래전부터 평양냉면을 즐겨오던 사람들이 이를 더 이상 값싸게 맛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올해 평양냉면 가격은 유명 냉면집의 경우 한 그릇에 1만4000~1만6000원을 호가한다. 이제 평양냉면은 서민음식으로 불리기엔 부담스러운 음식이 되고 말았다. 안 그래도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사람이라면 마트에서 평양냉면 하나를 사보면 어떨까. 2인분에 1만원도 하지 않는 가격으로 즐겨볼 수 있으니 가격이 '착한' 것은 물론 맛도 여느 유명 냉면집 못지않다. 이번주 기자평가단은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편식 물냉면으로 진행했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제품은 CJ제일제당의 '동치미 물냉면'이었다. 이 제품은 평안도식 정통 레시피로 만든 제품으로 간편식 냉면 시장에서 19년간 꾸준한 인기를 얻는 '스테디셀러'다. 제주산 겨울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특징으로 최근 리뉴얼을 통해 동치미 함량을 높이고 레몬즙을 더해 깔끔한 맛을 더했다.
기자평가단 참여자들 또한 깔끔한 맛과 쫄깃한 면발을 호평하면서 가장 대중적인 물냉면이라고 평가했다. 정슬기 기자는 "집 근처 냉면집에 가서 냉면시킬 때 나올 법한 맛"이라면서 "크게 호불호가 갈릴 것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이효석 기자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실처럼 가느다란 면발"이라며 "얇으면서도 힘이 없을 것 같지만 쫄깃함을 잃지 않았다"고 호평했다.
다만 지나치게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춰 '모범생'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홍주 기자는 "그만큼 별다른 개성이 없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자주 사먹지는 않을 수 있을 듯하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동치미 육수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지지를 얻은 제품은 풀무원의 '평양냉면'이었다. 실제로 마트에서도 CJ제일제당과 간편식 평양냉면 시장에서 양대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는 제품으로 밸런스가 좋은 제품으로 꼽힌다. 육수는 양지를 기본으로 하면서 동치미 국물을 배합해 외식으로 즐기던 평양냉면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제조했다. 다소 삼삼하지만 그만큼 평소 줄서서 먹던 맛집의 평양냉면을 가장 가깝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기자는 "겨자소스를 넣기 전에는 약간 간이 된 평양냉면을 먹는 것처럼 삼삼하다"면서 "대중적으로 누구나 좋아할 범위 안에서 개성을 잘 갖추고 있어 완성도가 높다고 느꼈다"라고 밝혔다. 이 기자 또한 "특이하게 육수를 동치미와 양지 육수를 섞어 만들었다"면서 "그래서인지 국물이 맑고 개운하면서 구수한 맛이 난다. 이 부분에서 CJ제일제당 제품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삼삼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 기자는 "육수맛이 상당히 진하고 감칠맛이 강하다"면서 "묘하게 호불호가 생길 법한 맛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셋 중 제일 맛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쉽게도 근소하게 가장 적은 지지를 받은 제품은 면사랑의 '평양 물냉면'이었다. 워낙 면요리에 강점을 지닌 제조사라 냉면 면발은 호평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육수를 사전에 3시간가량 냉동실에 넣어야 하는 것이 다소 불편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 기자는 "육수 신맛이 셋 중에서 가장 강한 편이라 겨자를 넣었을 때 더 잘 어우러지는 편"이라면서 "상온보관이라 편리한 것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면은 끓일 때 전분 때문에 거품이 크게 일어나고 더 오래 끓여야 할 정도로 면이 꼬들꼬들하고 탄력이 좋다"라면서 "면으로만 한정하면 비교 제품들 중 가장 잘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이 기자 또한 "신맛이 강한 비교군과 달리 이 제품은 다소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평양냉면의 본질에 충실한 삼삼한 맛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 기자는 "육수는 조금 애매한 편"이라며 "겨자 소스를 넣지 않으면 담백한데 소스를 풀면 조금 어중간하다"라고 평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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