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 "자연에서 찾은 삶의 시각" 이은래 작가, 개인전 '얼음의 잉어'

광주 갤러리 람, 5월 31일~6월 14일까지
이은래 작가, 문인화·조각 작품 전시

"봄날, 호수에 문득 바람이 인다. 물에 비친 엷은 그림자는 오랜 시간 굴절되어 이루어진 인고의 생명"

작가는 호수의 윤슬을 바라보며 문득 생명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자연의 빛과 어우러진 색채를 잉어로, 강물로, 꽃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전통 수묵채색화처럼 보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이 들고, 담백하지만 깊은 운치가 살아 있습니다.

담 모퉁이의 매화 몇 가지가(墻角數枝梅·장각수지매)
추위를 이겨내고 홀로 피었네.(凌寒獨自開·능란독자개)
멀리서도 눈(雪)이 아님을 알 수 있음은(遙知不是雪·요지부시설)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기 때문이리.(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중국 북송의 문필가 왕안석이 지은 '매화'라는 시로 자연의 이치와 세상살이의 근원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에서도 매화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느낌입니다.

『기억해줘, 심장이 뛰고 있잖아』 이은래, 2024 / 자료제공=이은래 작가

자연을 담은 문인화가 이은래 작가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광주 동구 대의동 갤러리 람(LAAM)에서 개인전을 엽니다.

전시에는 이은래 작가가 그린 전통 문인화와 조작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인화는 조선 초기 여류 작가인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화조도를 모티브 삼아 부와 등용문을 상징하는 잉어와 함께 생생한 한 폭을 완성했습니다.

반면 조각작품은 자연의 형태와 패턴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이 작가의 미술적인 재능과 기교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삶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뜻하다고 말합니다. 나무를 가꾸시는 부모님 덕분에 자연을 접하며 지니게 된 온화한 세계관을 가진 눈으로 다양한 관점을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잉어에 불과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귀중한 존재로 보일 수도 있다"

전시 주제인 '얼음의 잉어' 또한 작가의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을 '얼음의 잉어'에 빗대어 작품으로 승화했습니다. 얼음의 잉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잉어가 물속에 잠겨서, 잔잔한 호수 품에 안겨 천년의 세월 속에 녹아드는 그대, 자연의 일부이네"

자연의 품속에 안긴 잉어가 위태로워 보이기보다는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작가의 의도가 담긴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이은래 작가가 자신의 조각 작품을 어루만지고 있다. / 사진제공=이은래 작가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친 이은래 작가는 현재 미술교사로 학생들에게 예술의 영감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 차례 개인전과 함께 그동안 100회가 넘는 전시회에 참여했습니다. 조각 분야에서 2020년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2021년에는 광주광역시 미술대전에서 대상 등을 수상했고, 문인화에서도 올해 대한민국 빛고을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번 개인전 오픈 행사에는 특별히 연세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에서 석·박사를 거쳐 뉴욕 맨하탄 오페라 스튜디오 '피가로의 결혼'에서 주인공 수잔나 역으로 발탁된 소프라노 조민영이 함께 할 예정입니다.

한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컬처호텔 1층에 자리잡은 갤러리 람(LAAM)은 ‘사람’, ‘보람’, ‘바람(Wish)’으로 이어져 안락함을 선사하는 요람(요새)으로서 진정한 쉼을 의미합니다. 약자 Luxury(럭셔리), Artistic(아티스틱), Amusable(어뮤저블), Modern place(모던 플레이스)는 전시 및 지역문화산업·지역예술가·교육지원 사업을 통한 지역문화관광산업을 확장하는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