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을 망가뜨리는 신기술 '사진'이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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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아는 척했다가 큰 코 다친다.
그 유명한 '만 레이(1890~1976)의 (유리눈물)사진'이 아니다.
만 레이의 '유리 눈물'이 김창열 물방울 만큼이나 영롱했다면, 이 사진은 '눈물 흉내'를 낸 것 같다.
프랑스 현대사진전을 기획한 엠마뉘엘 드 레코테 포토 데이즈 디렉터는 "데뷔 초부터 사진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기술데이터를 활용한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는 '평행의 역사' 연작으로 우리의 눈을 망가뜨리는 신기술을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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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진작가 22명 83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 사진? 아는 척했다가 큰 코 다친다.
그 유명한 '만 레이(1890~1976)의 (유리눈물)사진'이 아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하다. 만 레이의 '유리 눈물'이 김창열 물방울 만큼이나 영롱했다면, 이 사진은 '눈물 흉내'를 낸 것 같다.
프랑스 사진가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Brodbeck & de Barbuat)의 사진으로, 인공지능 미드저니를 사용한 작품이다.
만레이의 '유리 눈물'을 AI에 만들어 보라고 해서 나온 작품이다. 그럴싸하게 나왔지만 이미지를 따라 했을 뿐 정확하게 담아내지 못한다. 여자가 웅크리고 있는 작품도 마찬가지. 다리를 감싼 여인의 손가락은 6개나 된다. 사진의 기억에만 초점을 맞춰 디테일하게 구현하지는 못한다.
프랑스 현대사진전을 기획한 엠마뉘엘 드 레코테 포토 데이즈 디렉터는 "데뷔 초부터 사진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기술데이터를 활용한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는 '평행의 역사' 연작으로 우리의 눈을 망가뜨리는 신기술을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곡미술관에서 16년 만에 열린 대규모 프랑스 현대사진전은 '사진 같지 않은 사진'으로 '현대 사진'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 22명의 사진은 고전적인 기술부터 최첨단 기술까지 아우르며 회화 못지않은 사진의 다채로움을 선보인다. 인류세의 자연과 인간,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에 대응하는 인간성 등 동시대적인 쟁점을 주제로 현대사진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조명한다.
83점의 사진과 3점의 영상 작품을 전시한다. 성곡미술관에 따르면 프린트는 출력 방식과 종이의 다양성으로 인해 반 이상을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직접 작가가 출력해 보내왔다. 이 중에는 에디션이 없는 빈티지 프린트들도 포함돼 있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오늘날의 무자비한 복사나 표절로 얼룩진 시각 문화는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의 쇠퇴와 미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며 "이번 전시는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 활동의 전 분야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이번 작가들이 보여주는 사진의 가치는 더욱 큰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소개했다.
엠마뉘엘 드 레코테 디렉터는 "사진은 약 200년 전 프랑스에서 탄생했다"는 자부심을 전하며 "이번 전시는 프랑스 현대 사진계를 총망라하기보다는 모든 세대를 아울러 프랑스 현대 예술의 수준과 다양성을 대표하고 그 풍요로움과 생동감을 보여주는 이들을 선별하여 소개한다"고 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과학계와의 교류가 활발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후학자, 물리학자, 고고학자 등은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예술가들은 정교한 과학 연구를 출발점으로 삼으며 함께 작업한다.
"하지만 또 역설적이게도 최첨단 기술이 활용된 작업들은 암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작업이나, 카메라 자체가 사용되지 않는 포토그램과 같이 오래된 인화 기법과 결부되기도 한다. 젤라틴을 긁어내거나 밀랍, 색소와 같은 재료를 더하는 등 이미지에 물리적인 개입이 자주 행해지는 것도 결국은 ‘예술하기’를 분명한 목적으로 삼은 이 작업들의 주요한 특징이다."
이 전시는 최근 화랑가에서 이어지고 있는 유명 작가 사진전과는 달리 과학계와 교류하며 '지금'을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주목된다. 자연, 정물, 인간, 공간과 같은 전통적 주제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과 더불어 생태연구, 인류세, 인공지능 등 우리 시대의 뜨거운 이슈를 사진 작품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전시는 8월1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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