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100일…"치료계획 한두달 늦어져" 환자 불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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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당직을 서느라 죽을 것 같아요. 인터뷰할 시간도 없습니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지 100일째인 29일 낮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 의과대학 교수는 걸음을 바쁘게 옮기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대병원에서 만난 60대 혈액암 환자 A씨는 "치료를 꾸준히 받아오긴 했는데 의정갈등이 길어지면서 원래 받기로 했던 치료 계획이 한두 달 늦어졌다"며 "사태 초반에는 암 코디네이터도 없어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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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차질 없었다는 환자도 "사태 해결되길"…간병인 일자리 잃기도
(전국종합=연합뉴스) "매일 당직을 서느라 죽을 것 같아요. 인터뷰할 시간도 없습니다."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지 100일째인 29일 낮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 의과대학 교수는 걸음을 바쁘게 옮기며 이렇게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석 달 넘게 상당한 수준의 근무 강도를 감내한 탓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같은 병원 본원에서 외래진료센터로 이동하던 이모 교수도 "힘들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는 "숫자에 매몰돼 의대 증원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공의가 하던 일을 저희가 다 하다 보니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병동은 의료 인력 감소에 운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부산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병실 곳곳도 불이 꺼져 적막했다. 이곳은 부산대병원이 환자 수 감소에 따라 통폐합한 병동 중 한 곳이다.
평소 환자들이 음료나 간식을 넣어두던 냉장고는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곰팡이가 필까 봐 코드를 빼둔 것이다.
침상에 가지런히 정리된 환자복과 이불을 바라보던 한 간호사는 "환자들이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라며 혼잣말했다.
서울대병원 본원 9층에 있는 병동 4곳 중 1곳은 불이 꺼져있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내원객으로 붐비고 있었으나 외래진료실 TV에는 전공의 공석으로 진료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로 일부 환자들의 진료 차질도 계속되고 있었다.
출산 예정인 아기의 오른쪽 갈비뼈에 혹이 발견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수술받았다는 임미선(40)씨는 "가는 곳마다 못 받아준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다행히 위급한 상황이라 (서울대병원이) 받아준다고 했다"고 했다.
부산대병원에서 만난 60대 혈액암 환자 A씨는 "치료를 꾸준히 받아오긴 했는데 의정갈등이 길어지면서 원래 받기로 했던 치료 계획이 한두 달 늦어졌다"며 "사태 초반에는 암 코디네이터도 없어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느끼는 큰 차질은 없다면서도 빨리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환자와 보호자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대병원에 신경외과 정기검진을 받으러 온 윤태로(69) 씨는 "3년 전 예약한 날짜라 검사가 지연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후 진료받을 때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사태가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호흡기내과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남편을 둔 70대 여성은 "예전처럼 담당 교수가 하루에 한 번씩 똑같이 회진을 오고 있다"고 말했다.
호흡기 질환으로 동산병원을 오랜 기간 다녔다는 한 환자의 보호자는 "예약하고 외래진료를 보면 그다지 불편함이 없다"면서도 "초진을 보기는 어려워 빨리 이 상황이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공백으로 대형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가 줄면서 환자의 손발 역할을 하던 간병인 중에 일자리를 잃는 사례도 있었다.
부산대병원에서 간병인 관리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의료공백 사태가 석 달을 넘어가면서 일거리가 끊긴 간병인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지난달 30일 577명에서 전날 699명으로 122명 늘었다. 주요 수련병원 100곳 소속 전공의 9천991명 가운데 7.0% 수준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복귀로 인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환자이송 직원 B(58)씨는 "하루 평균 30건 정도였던 이송 건수가 전공의 이탈 초기에는 하루 10건꼴로 줄었었다"며 "최근에는 전공의가 돌아오면서 많으면 26∼27건씩도 이송한다"고 전했다.
(박성제 윤관식 홍준석)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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