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행복한 근접성을 만들어야”…‘15분 도시’ 창안자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

김보미 기자 2024. 5. 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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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시립성동청소년센터에서 29일 열린 ‘성동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 파리제1대학 팡테옹-소르본 부교수가 ‘15분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은가. 이 질문이 시작이었다. ‘n분’이라는 절대적인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행복한 근접성, 인간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15분 도시, 30분 영토’ 개념을 처음 고안한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 파리제1대학 팡테옹-소르본 부교수는 29일 200여명의 공무원 청중에게 ‘15분 도시’는 이론이 아닌 실제 도시계획에 실현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의 기능들이 가까운 거리에 밀집돼 시민들이 많이 이동하지 않고도 필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이론은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파리 도시정책 고문이기도 한 그는 이날 성동구가 시립성동청소년센터에서 주최한 ‘성동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근접성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설명했다.

모레노 교수는 시민의 삶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로 주거(Living), 업무(Working), 생활 필수시설(Supplying), 돌봄(Caring), 교육(Learning), 문화·여가(Enjoying)를 들었다.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으로 이를 제공하는 시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는 도시화 이후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그는 “기후위기에 맞서려면 자연과 도시의 공존뿐 아니라 삶과 일하는 방식을 바꿔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언제나, 어디에서나 필요한 기능을 접할 수 있는 다중심(다핵)도시가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이공간은 다용도·다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동구를 비롯한 한국 자치구들이 청사 1층에 도서관·주민시설 등을 만드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또 파리는 조례로 학교 앞에 녹지 조성을 의무화했는데 어린이에게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도심 녹지를 확보하고, 이웃이 만나는 접점을 제공한다.

모레노 교수는 “콘크리트·화석연료 시대에 만든 도시들은 상업·문화·주거 등으로 용도를 나눠 그사이를 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시민들이 출퇴근하거나 쇼핑을 하고 병원을 가는 등 일상적 이동에 평균 40분 안팎에 걸린다. 일자리가 밀집된 서울도 ‘37분 도시’다.

그는 “구시대적인 공간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 이동 수단의 다양성을 만드는 등 변화에 대한 지자체와 지자체장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9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 파리제1대학 팡테옹-소르본 부교수(왼쪽)가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신간 ‘15분 도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동구 제공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15분 도시’는 이동 시간을 줄여야 도시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론”이라며 “성동의 모든 주민이 5분 내 정원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자전거 접근마저 어려운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마을버스·공공셔틀 등을 구상하는 것도 ‘n분 도시’의 맥락”이라고 전했다.

모레노 교수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많은 시민이 통근 시간을 줄이는 법이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경험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줄인 시간을 가족·친구 등과 보내며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의미다.

그는 “‘15분 도시’의 근접성은 결국 인간을 중심에 둔 행복도시”이라며 “탄소를 줄이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며 사회적으로는 이웃과 관계를 회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시립성동청소년센터에서 29일 열린 ‘성동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 파리제1대학 팡테옹-소르본 부교수가 ‘15분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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