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서 아내에 니코틴 주사해 독살한 男, 일기장 열어보니 '사람 죽여 10억 모으겠다'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5월 28일 (화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황근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우 씨가 김 씨를 처음 만난 건 우 씨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곰탕집이었습니다. 당시 곰탕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 씨를 보고 우 씨는 이성적 감정을 갖게 됐다고 하죠. 하지만 결혼을 허락받지 못했고 우 씨와 김 씨는 결국 부모님 몰래 혼인신고를 한 후 법적으로 부부가 됐습니다. 그리고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됐죠. 평생에 단 한 번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했어야 할 이 둘의 신혼여행은 과연 끝까지 행복했을까요? 사건은 이 둘의 첫날 밤 벌어지고 맙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했던 결혼 그리고 신혼 첫날 밤, 아내는 사망했는데요. 도대체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황근주 : 안녕하세요. 로열 법무법인의 황근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이야기해 주실 사건,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 황근주 : 네 이 사건은 피해자 여성이 성인이 되자마자 교제하던 남성과 혼인신고를 하고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입니다. 가해자인 남편은 자신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해자 여성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때 당시 피해자는 불과 17세의 미성년자였고 가해자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상태였고요. 가해자는 피해자를 알게 되고 얼마 안 있어 곧바로 피해자와 교제를 시작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만나는 기간 내내 미성년자인 피해자에게 지금 당장 결혼을 하자고 졸랐다가 피해자의 만 19세 생일 이틀 후에 피해자와 혼인 신고를 했습니다. 이때 당시 가해자의 나이는 21살이었습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상당히 어린 나이죠.
◇ 이원화 : 부모님이 이 결혼을 끝까지 반대를 많이 한 모양이더라고요.
◆ 황근주 : 네 그렇습니다. 일단 가해자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결혼을 요구했는데요. 이 점만 보더라도 피해자 부모님께서 격렬히 반대를 하실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가해자는 결혼 계획서라는 것까지 작성을 해서 끈질기게 피해자 부모님을 설득을 하려고 했는데 이 변호사님께서는 결혼 계획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 이원화 : 결혼 계획서... 일단 잘 상상이 안 되는데, 뭐 따님을 주십시오. 결혼 허락해 주시면 예쁘게 잘 살겠습니다. 이런 내용 아니겠습니까?
◆ 황근주 : 놀랍게도 결혼 계획서라는 것에는요. '당신들의 못난 딸을 잘난 내가 데려가서 살 테니까 허락해라' 이런 내용이었고 피해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대목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피해자 부모님은 기가 막히셨겠죠. 가해자는 피해자 부모님이 결혼을 극구 반대하자 가짜 임신 테스트기 사진까지 피해자 부모님에게 보여줬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어찌 됐건 결국 신혼여행을 가게 됐다는 건데 첫날 밤 사건이 발생했죠?
◆ 황근주 : 네 그렇습니다. 신혼여행 첫날 밤 가해자는 아내가 화장실에 씻으러 들어갔는데 쓰러졌다, 사망한 것 같다며 일본 경찰에 다급하게 전화를 합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합니다. 피해자의 곁에는 작은 녹색병과 주사기가 있었고, 화장실 바닥에는 위에서 떨어진 혈흔이 남아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일본 현지 경찰에게 아내가 평소에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약물이 든 주사기로 자살한 것 같다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피해 여성이 남긴 음성 메시지도 있었다면서요?
◆ 황근주 : 피해자 여성은 사망하기 직전에 엄마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두었는데요. '나가서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엄마도 이런 딸 없는 셈치고 잘 살아라' 이런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이 메시지를 받아본 엄마는 얼마나 기가 막히셨겠어요? 현지 경찰은 가해자의 진술이나 음성 메시지 같은 것들을 바탕으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결론을 짓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 이원화 : 현지에서 화장을 바로 했습니까? 저 같으면 화장 안 하고 일단 한국으로 돌아왔을 것 같은데 부모님도 한국에 계시잖아요. 이건 좀 의외네요.
◆ 황근주 : 네 그렇습니다. 남편인 가해자는 일본에서 곧바로 피해자의 시신을 화장해버렸는데요. 물론 외국에서 사망하신 경우에 시신을 한국까지 운구를 해오기가 만만치가 않겠죠.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엄연히 부모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있었음에도 남편은 피해자가 사망하고 8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망 사실을 알렸다고 합니다. 그것도 남편이 먼저 알린 것이 아니라 피해자 언니가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부모님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결혼한 것도 모르고 계셨다고 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화장 이전에 일본 경찰이 피해자의 시신을 부검해서 상세한 보고서를 남겨두었고, 후에 가해자의 혐의를 밝히는 데 큰 단서가 되었습니다.
◇ 이원화 : 부모님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그런 결혼이었기 때문에 신혼여행만큼은 좀 행복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 황근주 : 네 그렇죠. 게다가 부모님 반대까지 무릅쓰고 한 결혼이니까 보통 같았으면 우리 열심히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고 신혼여행을 왔으니 서로 다정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요. 이게 끝이 아니라 남편에게는 수상한 정황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수상하다는 게 무슨 말이죠?
◆ 황근주 : 가해자와 피해자는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인천공항에서 여행자 보험에 가입을 했는데요. 가해자는 귀국하고 얼마 안 있어서 아내가 사망했으니 보험금을 달라고 보험사에 청구합니다.
◇ 이원화 : 근데 이 정도면 보험사에서도 뭔가 이상하다 느낌이 왔을 것도 같거든요.
◆ 황근주 : 네 맞습니다. 보험사에서는 아내를 잃은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람이 보험금을 청구한다는 것도 이상했고, 더군다나 자살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자 남편은 한숨까지 쉬면서 실망을 표현했다고 해요. 보험사에서는 이런 모습에 의심을 품게 된 것 같고요. 다행히 보험사 직원이 노련한 사람이었는지 직관적으로 자살로 위장된 살인 사건일 수 있겠다는 의심을 하고 경찰에 통보를 한 덕분에 우리나라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 이원화 : 근데 시신을 화장했다고 했잖아요. 증거라든지 살펴볼 부분이 혹시 객관적 증거가 남아있는 부분이 있었을까요?
◆ 황근주 :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 경찰이 부검을 해뒀기 때문에요. 자세한 부검 보고서가 남아 있었습니다.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팔에 3개의 주삿자국이 있었고 피해자의 위에서는 니코틴과 알코올이 검출되었고 혈액에서도 니코틴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즉 피해자는 니코틴 일부는 입으로 섭취하고 일부는 주사를 통해 몸속에 주입을 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당시 피해자가 과음으로 만취한 상태에서 홧김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막상 피해자의 혈액에서는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 얘기는 피해자가 음주를 하기는 했지만 마신 술이 미처 흡수되기도 전에 사망했다는 뜻입니다. 즉 술을 마시기는 마셨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취기가 오르기 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이거든요. 결국에는 가해자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얘기가 되죠.
◇ 이원화 : 술에 니코틴을 탄 거 아닌가 이런 의심도 드는데요. 수사 과정에서 이 남성의 일기장이 발견됐는데 그 안에 정말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하거든요. 남편의 일기장에 어떤 내용 담겨 있었습니까?
◆ 황근주 : 놀랍게도 발견된 일기장에는요. 구체적인 살인 계획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햄스터 같은 소형 애완동물을 구해서 니코틴을 주사해서 그 효과를 실험해 봐야겠다는 내용이나 또 여행자 보험은 가입이 간편하고 보험사고가 일어나도 조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여행자 보험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범행 동기를 엿볼 수 있는 내용도 발견이 되었는데요. 가해자에게는 40살이 되기 전까지 10억 이상의 돈을 모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해자의 목표 실현 방안은 나이 어린 피해자를 꼬드겨서 결혼을 하고 보험에 가입시킨 후 피해자가 사망하면 남편의 자격으로 보험금으로 10억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일기장 내용에 비춰봤을 때 가해자는 이 사건 하나만 저지를 생각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사망 시 10억 원의 사망보험금은 상당히 거액이라 한 건만 가지고는 보험금으로 10억 원을 받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번 사건이 성공하면 이후 유사한 사건을 반복적으로 저질러서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서 10억 원을 만들 생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수사 과정에서 더 놀라운 점이 하나 발견됐는데 뭔지 아시나요?
◇ 이원화 : 이거보다 더 놀라운 게 있었다고요? 어떤 거죠?
◆ 황근주 : 사실 가해자는 피해자와 결혼하기 이전인 2016년 12월경에 여자 동창생과 같이 일본 여행을 가서 여자 동창생에게 니코틴이 들어있는 숙취 해소제를 주었는데요. 이상함을 느낀 여자 동창생이 한모금만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고 해요. 이 여자 동창생도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여행자 보험에 가입시켰다는 점으로 봐서는요. 여자 동창생도 살해하려다가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가해자 입장에서는 니코틴 원액의 맛이 그렇게 역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고요. 결국에는 니코틴 원액의 맛 때문에 여자 동창생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 이원화 : 그래서 주사기로 범행 수단을 바꾼 걸까요? 고농도 니코틴 원액은 물에 희석시킨다고 해도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 반사적으로 구역질도 난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한번 시도해 보니까 먹이는 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주사기로 범행 도구를 바꾼 건 아닌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황근주 :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가해자는 니코틴 원액을 술과 섞어서 피해자에게 먹인 다음에 혹시 피해자가 살아남을까 봐 니코틴 원액을 직접 주사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또 가해자는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태연하게 생활을 하다가 다른 범행을 물색한 것으로도 밝혀졌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부모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10대 아르바이트생에게 이전 아내와 닮았다라면서 접근했던 것입니다.
◇ 이원화 : 이 정도면 사이코패스 아닙니까?
◆ 황근주 : 안 그래도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40점 만점에 26점이 나왔습니다. 청취자분들 예전에 어금니 아빠 이영학, 기억하시죠? 자기 딸의 친구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던 어금니 아빠의 사이코패스 점수가 25점이었는데요. 그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일단 자살로 위장한 살인 행각을 저질러서 10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아니죠. 가해자는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자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진술도 어긋나기 시작했는데요. 피해자가 사망할 당시 자기는 화장실 밖에 있었다면서도 피해자는 사망하기 전에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었다라는 진술을 해서 이전 진술대로라면 가해자가 알 수 없는 사실을 진술하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피해자의 자살이라고 했으면서도 나중에는 피해자가 자살하고 싶어 해서 니코틴이 든 주사기를 피해자의 팔에 꽂아주기만 했다. 피스톤은 피해자 스스로 눌렀다라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가해자는 조사 도중에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오면 갑자기 욕설을 하고 화를 내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손을 만지작거리고 물어뜯는 증세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재판에는 당연히 넘겨졌을 테고 살인죄 적용됐을 것 같고요. 그런데 이 피고인이 심신미약했다는 주장도 있고요. 끝까지 혐의 인정 안 한 겁니까?
◆ 황근주 :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살인죄를 비롯해서 여자 동창생에 대해서는 살인미수, 그리고 보험사에 대해서는 보험 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등 여러 혐의로 기소가 됐습니다. 가해자는 기소된 이후에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면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1심에서는 가해자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가해자는 항소심에서 자신이 과대망상과 강박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해자는 상고심까지 이어진 재판에서도 끝내 자신이 무고하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이원화 : 사건 엑스파일 오늘은 니코틴 독살 사건 다뤄봤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달콤한 신혼여행을 꿈꿨을 한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이기에 더 마음 아팠던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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