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잊고 뜨거운 열정에 취하자...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무대-객석 경계 사라진 공연장
지근거리에서 춤·노래·연주
배우들이 말 걸고 선물 주기도
파격적 구성과 팬서비스로
보고 듣고 즐길거리 극대화
공연의 포문을 여는 곡 ‘프롤로그’의 가사 역시 관객을 향한다. 배우들은 마치 함께 공연을 즐기러 온 친구처럼 관객에게 외친다.
“자, 보셨죠? 프로그램북. 이건 오페라야. 등장인물 이름 정도는 외워둬. 이따 졸지 않으려면...나타샤는 어려...소냐는 착해...마리야는 엄해...함께 예습해 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문 이머시브(Immersive·몰입형)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연출 김동연)이 공연되고 있다.
음악 장르에도 경계가 없다. 27곡의 넘버는 팝, 일렉트로닉, 클래식,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음악감독은 무대 가운데에 위치해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하고, 배우와 연기자를 겸하는 액터 뮤지션들이 아코디언, 바이올린, 비올라, 클라리넷, 기타를 연주한다.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인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대사 없이 모든 것을 노래로 처리한다.
음악이 바뀔 때 공연장은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조명이 꺼지고 형광 소품을 든 배우들이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출 때 공연장은 현대의 댄스 클럽으로 변모한다. 안무와 연기 톤 역시 변화무쌍한 음악에 따라 바뀐다. 관객들은 배우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거나, 배우에게 편지를 쓰거나, 반지를 받는 등 작품 진행에 깊숙이 참여하기도 한다. 공연 내내 시체처럼 객석에 앉아 무대를 보는 다른 작품들보다 즐길 거리가 파격적으로 풍성하다.
나타샤 역은 유연정·박수빈(우주소녀)과 이지수, 절망에 빠진 나타샤를 돕는 피에르 역은 하도권·케이윌·김주택이, 아나톨 역은 고은성·정택운(VIXX)·셔누(몬스타엑스)가 맡았다. 안드레이와 그의 아버지 볼콘스키는 오석원이, 나타샤의 사촌 소냐는 효은·김수연이 연기한다.
문학사에 남은 장대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그레이트 코멧’은 서사가 중요한 작품은 아니다. 관객과의 소통과 즐길 거리에 집중하면서 인물들의 전사는 압축되고 갈등은 단순화됐다.
서사의 비중은 작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면은 많다. 특히 혜성의 환한 빛을 향해 피에르가 작품의 마지막 넘버 ‘1812년의 위대한 혜성’을 부르는 장면은 무대의 붉은 조명에 힘입어 관객에게 인물이 느끼는 희망을 전달한다.
“저 눈부신 별...저 별과 나 마치 하나 된 듯. 내 영혼 벅차오르고 밝아오는 내 가슴 다시 뛰네. 새로운 삶 향해.”
‘그레이트 코멧’은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이 토니 어워즈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최우수 연출상, 외부비평가상 최우수 조명 디자인상 등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 프로덕션은 제6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프로듀서상, 안무상 등 5개상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은 6월16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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