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복귀 여부 따라 확실한 차이 두고 조치"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4. 5. 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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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211곳 근무 전공의 973명…전체 7% 수준
"복귀희망자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맘 편히 돌아올 수 있는 여건 만들 것"
비상진료 유지 위해 예비비 775억 심의·의결…대체인력 파견 등 위주 편성
21대 국회 간호법 입법 무산엔 "안타까워…22대 국회서 시행시기 단축 논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인 29일 부산 한 대학병원의 병실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해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공백이 100일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는 적게나마 병원으로 돌아오는 전공의 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이라도 복귀하는 전공의(인턴 및 레지던트)들의 개별 불이익은 최소화하겠다며 '의료개혁' 논의 동참을 호소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최근 정부는 수련병원을 통해 전공의 여러분들의 복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 상황 관련 개인의 솔직한 의견과 복귀에 필요한 요청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전달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박 차관은 "아직 소수이지만 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공의들의 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주요) 100개 수련병원의 보고에 따르면, 현장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지난달 30일 577명에서 지난 28일 699명으로 한 달 간 122명이 늘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는 현재 총 973명의 인턴 및 레지던트가 출근 중이다. 전체 전공의(1만 501명) 대비 7.1% 수준이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집단행동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전공의들을 향해 환자와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동료 의료진, 본인의 미래를 위해 주저하지 말고 소속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박 차관은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복귀한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과는 확실하게 차이를 두고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업무개시명령 불복 등에 따른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적용함에 있어서, 복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재차 공언한 것이다.

박 차관은 이어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전공의 여러분들이 복귀하는 것이다. 집단에 밀려 개인의 의사와 다른 선택을 하기엔 전공의 여러분 개인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크다"며 "이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불이익이 큰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료개혁 논의에 참여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제안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정확한 수치는 확인이 어렵지만, 전공의 집단 내부에서도 복귀 희망자가 상당수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분들이 마음 편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희가 당면한 가장 큰 우선 과제다. 최선의 방안을 지금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의대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최종 승인한 데 이어 오는 31일에는 각 대학들이 입시 모집요강을 안내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의대정원 증원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을 들어 의료계 집단행동의 실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차관은 "이로써 내년 중에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역의 의과대학에서 올해보다 1509명이 늘어난 4567명의 신입생이 입학할 수 있게 됐다"며 "27년 만에 이루어낸 의대 증원은 당면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혁신하는 의료개혁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한 "6월이 지나가면 전공의 내부에서도 '복귀해야 되지 않느냐'는 논의가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부재로 인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는 중에도 '의료대란'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의료현장을 지켜주시는 의료진 덕분"이라며, 병원장이 직접 당직을 서며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지역 병원 사례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현장 의료진의 '번아웃'(탈진)을 막고 현 비상진료체계를 최대한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날 국무회의에서는 총 775억 원 규모의 예비비가 심의·의결됐다.

이번 예비비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파견, 시니어 의사 등 대체인력 지원과 더불어 전원환자 구급차 비용 지원 등 현장 수요에 맞춰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사업들 위주로 편성됐다는 게 중대본의 설명이다.

정부는 전공의 업무 등을 일부 대신하며 진료공백 최소화에 힘쓰고 있는 간호사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간호사들의 체계적 진료지원 업무 수행을 위해 수술·외과·내과·응급중증 분야 관련 표준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제공 중인데, 올해 중 참여 인원에겐 한시적으로 수당을 지급한다. 상시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정부가 지난 2월 말부터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의료기관은 지난달 말 기준 155곳으로, 총 1만 1395명의 간호사가 늘어난 진료지원 행위를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1만 165명)과 비교해 약 12%가 증가했다.

박 차관은 "앞으로 정부는 진료지원 간호사가 숙련된 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 회기가 종료되는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제도화를 위한 간호사 법안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되도록 국회와 협력해 나가겠다"며 "22대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행시기를 단축하는 방안도 논의해 조속히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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