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캠프 부외 자금 수수·살포, 송영길에게 직접 보고”

박강현 기자 2024. 5. 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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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여겨지는 이정근(62)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캠프에서 부외 자금을 받거나 살포한 사실을 송영길(61) 전 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29일 진술했다. 그동안 불법 자금을 알지 못했다고 한 송 전 대표의 주장과 배치되는 셈이다.

이정근.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이날 열린 송 전 대표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공판에 이씨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채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송 전 대표가 2021년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당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씨는 2021년 3월 18일 민주당 소속이었던 무소속 이성만 의원이 100만원을 주면서 ‘송 대표에게만 말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당연히 (송 대표에게) 보고를 했다. 선거 캠프에 (돈을) 가져온 사람들의 의도가 분명해서 그런 것은 필수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관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200만원 전달 사실을) 말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송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송영길 캠프에 돈을 내는 사람은 송 대표를 보고 돈을 내는 것이고, 돈을 내는 사람은 그 사실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전달했다는 것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 이씨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전달했을 때 후보의 반응을 굉장히 궁금해하기 때문에, 저의 경우는 100만원이나 200만원도 빼놓지 않고 보고하고 후보의 반응까지도 전달해 주는 것이 필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해 3월 30일엔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함께 지역본부장들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나눠주는 등 금품 살포에 대해서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러한 보고를 받은 송 전 대표의 반응에 대해 “으레 있을 수 있는,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대한 일상적인 반응이었다”고 기억했다.

이씨는 송 전 대표가 경선에서 이겨 민주당 대표가 된 이후 진행된 2021년 6월 캠프 해단식에서 송 전 대표가 직접 사업가 김모씨에게 감사 인사를 한 상황도 설명했다. 김씨는 검찰이 경선 자금 명목으로 캠프에 5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이씨는 “(해단식이 열린) 식당에서 송 후보가 김씨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강 전 감사가 ‘송 후보가 김 씨에게만 감사 인사했다’고 크게 얘기해서 우리들이 다 김씨에게 좋겠다고 농담도 하는 등 왁자지껄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측이 당 대표 경선 당시 김씨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자 이씨는 “(김씨가) 본인 스스로 자기는 총알 담당이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총알 담당이 자금 담당을 뜻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지난 4월 옥중에서 총선 후보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씨는 이 사건 핵심인물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이씨의 개인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으로 불리는 휴대전화 속 녹음 파일을 확보했고, 이 파일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수사의 단초가 됐다. 여기에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 전 대표 후보 측 캠프에서 9400만원을 조성해 현역 의원과 당내 인사들에게 살포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그는 이날 검찰 측이 “(개인 비리 수사 관련) 제출 당시 USB와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통화녹음 파일 등을 다른 사건에 사용해도 좋다 이런 취지로 말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돈봉투 사건이 수사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돈봉투) 사건에도 사용해라’라고 사건을 구분해서 말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통칭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각종 청탁 대가로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송 전 대표는 2020~2021년 자신의 이른바 외곽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에게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 등에게 줄 6000만원 상당의 돈 봉투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7일 보석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아직 이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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