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수사외압 의혹’ 국면서 尹·참모진·장관과 ‘통화 또 통화’
‘尹 전화’ 후 조태용·김태효와 소통하고 이상민 장관·與 의원들과도 연락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로 이첩·회수한 시점을 전후해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장관, 여당 의원들과 수십 차례에 달하는 통화·문자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이 전 장관과 통화한 8월2일 이후 대통령실 및 정부 핵심 관계자와의 연락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 상병 수사보고서 회수로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민감한 시기에 이 전 장관이 국내외에서 대통령실 핵심 참모 등과 연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배경과 그 내용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29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죄 재판부에 제출된 통신사실조회회신 문건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2023년 8월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여덟 차례에 걸쳐 김 처장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김 처장이 8월4일 오전 10시20분과 10시22분에 이 전 장관에 전화를 걸었고 각각 27초·35초간 통화했다. 이튿날인 8월5일에는 오전 10시13분 김 처장이 이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냈다. 같은 날 이 전 장관은 오전 10시16분(11초), 오전 10시34분(20초), 오전 10시56분(3분54초) 세 차례에 걸쳐 김 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8월7일 오후 7시26분(18초)과 오후 8시23분(6초)에도 전화를 주고받았다.
이 전 장관과 김 처장이 집중적으로 연락하던 시점은 해병대 수사단이 8월2일 경찰에 이첩한 조사 기록을 국방부가 당일 오후 회수한 뒤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하던 시점이다.
이 전 장관은 7월30일 보고서에 결재까지 마친 후 다음날인 7월31일 돌연 입장을 바꿨고, 동시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이첩 중단 및 '혐의자에서 사단장을 빼라'는 취지의 전화를 하면서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지던 때다.
민감한 시기에 국방부와 업무 관련성이 없는 경호처장이 장관과 직접 여러 차례 연락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8월 2∼8일에 걸쳐 4차례 통화를 했는데, 이 때 김 처장과도 긴밀한 연락을 가졌던 것이다.
해병대 예비역연대 등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개인적 친분이 있는 김 처장을 통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된 보고서의 경찰 이첩을 막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처장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육사 40기인 이 전 장관보다 두 기수 선배다. 이 전 장관이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처장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정부 출범 당시 국방부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8월2일 문자 1회·통화 1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8월8일 전화),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8월4일 통화 1회),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7월31∼8월4일 통화 3회) 등과도 연락했다.
이 전 장관은 해당 기간 동안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도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8월4일 오전 10시22분 이 전 장관이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5초간 통화했고, 이튿날인 8월5일에는 이 전 장관이 오전 10시15분께 문자를 보낸 뒤 이 장관이 10시28분 전화를 걸어 1분32초간 통화했다.
8월6일에는 오전 8시16분(1분53초)과 오후 9시30분(3분8초)에 이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같은날 오전 9시36분과 오전 9시37분에는 문자도 주고받았다. 8월7일에는 오전 9시13분에 이 전 장관이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1분48초간 통화했다.
이 장관은 경찰을 지휘하는 행안부 수장으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전 장관과 이 장관이 채 상병 수사보고서 이첩·회수 사안에 대해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서울대 법대 후배다. 윤 대통령과 김 처장, 이 장관 모두 충암고를 나왔다.
이 전 장관은 한덕수 국무총리와도 8월 2·6일에 걸쳐 세 차례 통화를 했다. 방문규 당시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장과도 8월3일 한 차례 문자 이후 3차례 통화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여러 차례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방부 장관인 당시 신원식 의원과는 7월28일 문자 3회·통화 1회를 했고 강대식(8월1일 문자 3회), 성일종(8월7일 통화 2회) 의원 등과도 연락을 했다.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통한 연락을 한 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과 집중 연락을 했던 점에 비춰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와 관련해 범정부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상대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진, 정부 관계자 등과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배경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각각 두 차례 소환조사한 공수처는 김 사령관에 대해 3차 조사를 벌일 전망이다.
이 전 장관 측은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시점을 전후한 통화 내역과 관련해 당시 새만금 잼버리 대회 등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았다며 수사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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