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도 각오했던 홈런왕 박병호, 말하지 못한 이야기

김현세 스포츠동아 기자 2024. 5. 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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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무리할 수는 없다."

박병호는 "감독님, 단장님도 같이 계셨던 자리에서 구단으로부터 '아직 은퇴는 아닌 것 같다. 너와 같은 선수가 커리어를 이렇게 마무리할 수는 없다. 이렇게 은퇴해선 안 된다. 은퇴하기에도 지금은 (기량이) 아깝다. 우선 트레이드를 다시 추진해보고, 트레이드가 여의치 않으면 웨이버 공시로라도 앞길을 열어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들었다. '그만두겠다'던 나의 앞길을 열어주려고 끝까지 노력해주신 덕분에 감사하게도 새 팀을 찾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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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병호. 스포츠동아DB
“이렇게 마무리할 수는 없다.”

1루수 박병호(38)는 28일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됐다. 2022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그는 KT에서 다시 전성기를 열었다가 올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했다. 공교롭게 같은 포지션의 문상철이 기량을 터트리는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트레이드에 이르렀다.

박병호는 문상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팀 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다만 선수로서 자신이 뛸 기회를 찾아나서야 하는 것 또한 당연했다. 그 과정에서 ‘박병호가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트레이드 발표 이후 연락이 닿은 박병호는 스포츠동아에 막전막후의 사정을 들려줬다.

그는 “올해가 (KT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였다. 구단과 대화를 시작한 게 지난달이었는데, (다른 팀으로) 길을 열어주려고 했지만 (트레이드) 시도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 5월도 끝나가자 ‘잔여연봉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은퇴를 하는 게 맞는 듯하다’고 (방출 요청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다. 입지는 줄어들고, 연봉도 적지 않은데 다른 선수의 자리를 빼앗는 듯한 부담도 드니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봤다”고 털어놓았다.

구단은 박병호를 만류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박)병호는 한국야구의 레전드다. 같은 레전드인 이강철 감독님이 병호의 마음을 가장 잘 알지 않았겠는가. (문)상철이와 병호 둘 다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다만 퍼포먼스가 계속 나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고, 우리도 레전드를 리스펙트하는 측면에서 (대타나 대수비 출장이 아닌) 많은 출장 기회가 있는 곳에서 뛰는 게 좋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때 트레이드 논의도 다시 시작됐다. 박병호는 “감독님, 단장님도 같이 계셨던 자리에서 구단으로부터 ‘아직 은퇴는 아닌 것 같다. 너와 같은 선수가 커리어를 이렇게 마무리할 수는 없다. 이렇게 은퇴해선 안 된다. 은퇴하기에도 지금은 (기량이) 아깝다. 우선 트레이드를 다시 추진해보고, 트레이드가 여의치 않으면 웨이버 공시로라도 앞길을 열어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들었다. ‘그만두겠다’던 나의 앞길을 열어주려고 끝까지 노력해주신 덕분에 감사하게도 새 팀을 찾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호는 대구에서 또 다른 야구인생을 펼치기에 앞서 KT에 진심을 전했다. 그는 “KT에는 너무도 감사하고 미안하다. 2년 전에도 성적이 좋지 않던 나를 잡아줬고, KT에서 다시 홈런왕에도 오르고, 가을야구도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 끝나고) 선수단과 감독님, 단장님과 만나 인사도 나눴고, 덕담도 건네주셨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병호가 삼성에 가서 많은 기회를 받고 다시 잘했으면 좋겠다”며 “좋은 트레이드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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