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놓고 모인 의·정…"신뢰 먼저" "대화 나서야" 신경전

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2024. 5. 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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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복지부 담당자·환자단체 모인 토론회
"초고령사회 전환 눈앞"…'의대 증원 시급' vs '합리성 결여된 증원'
정부, "'탕핑' 말고 '프로페셔널리즘' 생각해야"
29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한지아 당선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신경전을 벌였다. 의료계는 정부를 향해 신뢰감을 달라고 했지만, 정부 측은 신뢰 회복을 위해 먼저 대화에 나서라고 맞섰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비대위 소속 교수 외에도 외부 의료계 인사와 보건복지부 담당자, 환자단체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의료 개혁의 목표 및 방향'을 주제로 한 첫 세션에서는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안덕선 명예교수가 발표했다.

강준 과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 방향을 설명하며 말문을 열었다.

강 과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질은 접근성 등 부문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그러나 압축 성장의 이면에는 벼랑 끝에 놓인 필수·지역의료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의료) 개혁논의가 과거부터 있었지만 여러 이해갈등 속에서 말의 성찬에 그치고 20년 넘게 지체됐다"며 "초고령사회 전환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더 이상 의료개혁을 미룰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의료개혁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안 명예교수는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타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정상적인 정책 수립은 문제 파악, 과학적 근거를 위한 연구와 증거 확보, 연구의 진실성과 타당성 검증 등을 거치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은 이런 과정을 따른 게 아니다"며 "증원은 국민 감성에 호소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의료개혁 과정을 놓고도 양측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의료계와 함께 소통 창구를 꾸리겠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강 과장은  "정부는 지난달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역량을 집결해 개혁 과제를 구체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있다"며 "상황이 정리되면 여기에 의사들을 모시고 소통 창구를 다양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안 교수는 "지금까지 정권마다 대통령·국무총리 직속 개혁위원회가 많이 열렸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유는 정부와 전문직(의사) 간 관계 설정이 없었고, 급진적으로 단기간 성과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현 의료개혁특위가 추진하는 개혁도 그렇게 마음처럼 쉽게 1년 만에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료개혁 관련 토론회 패널토의.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병원을 떠난 지 3개월이 넘은 전공의의 복귀도 주요 쟁점으로 언급됐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프라이드'(자부심)를 잃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하은진 비대위원은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서울대병원 주니어 스태프에게 '왜 선택했느냐'고 물으니 '좋아서, 멋있어서, 하고 싶어서'라는 답이 나왔다"며 "(이것이) 주말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안 좋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견디면서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채동영 홍보이사는 "의료개혁이 의사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할 때,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을 신뢰하려면 정책의 방향성과 근거,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따라야 한다"며 "지금은 방향만 제시하고 근거에 대해서는 현상을 나열하기만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우선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 과장은 "신뢰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타결할 솔루션(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병원을 떠나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향해서는 "근본적으로 의사로서 수련을 받았기 때문에 '프로페셔널리즘'(전문가 정신)을 한 번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과연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만이 대안일까"라며 "정부는 앞으로 (이탈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여한 환자단체들도 전공의의 복귀를 호소했다. 의대 증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전공의도 복귀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 의료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환자들은 100일동안 버텼다. 의료계가 늦기 전에 필수·중증의료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돌아와 진정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안상호 선천성심장병환우회 회장은 "지금 100일을 돌아보면 의대 정원 때문이 아니라 전공의 집단행동 때문에 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며 "법원 결정도 나온 상황애서 의사들은 '의료 사망선고'만 할 것이 아니라 왜곡된 의료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머리를 맞대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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