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헌이 신인가수냐고요?”…‘새벽기차’가 낯선 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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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미술 전시회 가서 노래하니 어느 분이 '누구신지요?' 하고 물었어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기차' 얘기하니 고개를 갸우뚱해요. '풍선'에 가서야 '아~' 하더군요. 그러더니 '('풍선'을 리메이크한) 동방신기의 누구이신 거예요?' 하더라고요. 제가 최강창민이 될 뻔했습니다(웃음). 저는 안 유명한 게 좋아요. 신인 가수의 마음으로 앨범 내고 노래하는 게 정말 좋습니다."
"김민기씨의 여러 곡들이 코드 진행은 같은데 노래는 모두 달라요. '이분은 천재구나' 했죠. 그래서 저도 '새벽기차' 코드 진행에다 멜로디만 바꿔봤습니다." 6번 곡 '한대수'는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음악가 이름을 아예 제목으로 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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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과 기존 히트곡 새 녹음까지 담아
“지인의 미술 전시회 가서 노래하니 어느 분이 ‘누구신지요?’ 하고 물었어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기차’ 얘기하니 고개를 갸우뚱해요. ‘풍선’에 가서야 ‘아~’ 하더군요. 그러더니 ‘(‘풍선’을 리메이크한) 동방신기의 누구이신 거예요?’ 하더라고요. 제가 최강창민이 될 뻔했습니다(웃음). 저는 안 유명한 게 좋아요. 신인 가수의 마음으로 앨범 내고 노래하는 게 정말 좋습니다.”
지난 25일 경기 용인 수지 북카페 책가옥에서 기타리스트 겸 가수 이두헌이 말했다. 1980년대를 풍미한 밴드 다섯손가락 출신인 그는 새달 5일 솔로 앨범 ‘싱크스’(Thinks)를 발표한다. 그에 앞서 이날 오랜 팬들과 지인 등 약 60명을 초청해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새 앨범에는 신곡은 물론 기존 발표곡을 새로 녹음한 것까지 모두 12곡을 담았다. 이두헌은 순서대로 노래를 틀며 그에 얽힌 사연을 풀어냈다. 경쾌한 1번 곡 ‘나는 나이기에 아름다운 것’을 두고 그는 “사람은 남들과 비교하면서 불행해진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든 노래”라고 설명했다.
2번 곡 ‘부탁’은 김민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소극장 학전 폐관을 앞두고 열린 릴레이 공연 참여를 계기로 깨달은 게 있다고 했다. “김민기씨의 여러 곡들이 코드 진행은 같은데 노래는 모두 달라요. ‘이분은 천재구나’ 했죠. 그래서 저도 ‘새벽기차’ 코드 진행에다 멜로디만 바꿔봤습니다.” 6번 곡 ‘한대수’는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음악가 이름을 아예 제목으로 한 노래다. 그는 훗날 한대수의 집에서 ‘바람과 나’를 함께 불렀던 일화도 들려줬다.
3번 곡 ‘서울은’은 1980년대 당시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친구가 “서울에 멀미가 났다”며 고향으로 내려간 사연을 노래로 만든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을 비관적으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당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거의 40년이 지났지만 서울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관한 노래들도 있다. 아버지 유품인 사진기를 잃어버렸는데, 그 안에 든 마지막 필름에는 어떤 사진이 담겼을까를 생각하며 만든 4번 곡 ‘오래된 사진기’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맞은 겨울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고 아버지를 떠올린 기억으로 만든 7번 곡 ‘안개꽃’이다.
8번 곡 ‘그대와 함께 걷다 보니’ 또한 망자에서 비롯된 노래다. 94살에 별세한 지인이 이두헌의 꿈에 나타나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고 떠났으니 그 말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새벽에 깬 그는 단숨에 이 노래를 썼다. 이런 사연과 함께 노래를 듣던 사람들 사이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이두헌은 “저도 목이 메서 노래를 다 못 부를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12곡을 모두 들려준 뒤 그는 말했다. “요즘엔 저 같은 가수가 설 땅이 없어요. 공들여 음반을 내도 사람들이 모르고 언론에서도 잘 안 다뤄줍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할 겁니다. 신인 가수가 이제 데뷔했으니 계속 새로운 음반 만들면서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이두헌은 새달 15~16일 서울 중구 시케이엘(CKL)스테이지에서 단독 공연 ‘싱스’(Sings)를 연다. 혼자 무대에 올라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새 앨범과 다섯손가락 곡들을 들려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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