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백제의 미소'에 5만5000명도 미소…호암미술관 들썩
개막 54일 만에 관람객 5만5000명 방문
'나전 국당초문 경함' 등 국보급 불교미술품 92점 한자리
전시는 6월16일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400년을 건너온 '백제의 미소'가 호암미술관을 들썩이고 있다.
호암미술관 첫 고미술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 선보인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인기다. 덕분에 개막 50여일 만에 하루 평균 1020명, 5만5000여명이 관람했다.
은은한 미소로 홀리고 있는 '금동 관음보살상'은 높이만 27cm에 달해 현존하는 삼국시대 불상 중 큰 편에 속한다.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서 해방 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1907년 부여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이 보살상은 백제의 미술이 최고로 발달했던 7세기 경에 만들어진 불상이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는 신체 표현과 아름답고 인상적인 ‘미소’로 한국미술사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이마가 넓고 콧날과 턱이 좁아서 하트형에 가까운 얼굴에, 인중이 짧고 입 역시 작은 편이라 얼핏 어린아이의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옆으로 긴 눈과 곧게 뻗어 내린 날렵한 콧날에서는 청년의 얼굴이 연상된다. 이처럼 관음보살을 청년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은 고대 인도에서부터 시작되어, 동아시아에서도 관음보살은 오랫동안 청년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얼굴 전체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미소를 머금고 있어 막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듯한 젊은이의 모습이 연상된다. 정교한 세공이 살린 오묘한 웃음이다.
왼쪽 다리로 체중을 지탱하고 오른쪽은 힘을 빼고, 허리를 약간 튼 채 서 있어서 편안해 보이지만 흐트러짐 없이 균형 잡힌 자세를 하고 있다.
뒤에서 보면 넓은 어깨와 날렵한 허리, 살짝 비튼 골반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몸의 선은 백제의 장인이 아니라면 빚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이러한 신체의 굴곡에 대한 관심은 중국의 당나라 초기 불교 조각의 양식을 수용한 결과다.
호암미술관은 “속옷에 달린 끈과 그 가장자리에는 넝클무늬로 장식되어 있는데 이 무늬는 백제 금동대향로의 뚜껑과 받침대 사이에 새겨진 장식 무늬와 매우 흡사하여 7세기 백제의 장인들이 공유하던 무늬라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며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았다(儉而不陋 華而不侈)'는 표현에 걸맞는 뛰어난 조형미와 주조 기술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오묘한 웃음과 몸짓'으로 일명 '백제의 아이돌'로 불리며 '금동 관음보살'상과 함께 이번 전시를 빛내고 있는 작품은 고려 나전의 정수가 담긴 '나전 국당 초문경합'이다.
흑칠 바탕 위에 펼쳐진 오색찬란한 무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3세기에 ‘전함조성도감’에서 일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 나전 경함은 전 세계적으로 단 6점 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며 모두 일본, 영국 등 해외에 소재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청자, 불화와 함께 한국미술의 섬세하고 독창적인 공예미를 대표하는 고려 나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다시 없는 명작이라는 평가다.
옻칠한 나무 위에 얇게 잘라서 갈아낸 전복 껍데기로 국화를,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해 표면을 장식했다. 채 0.8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무지개빛 영롱한 작은 자개 조각 하나 하나를 가지고 9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국화 무늬를 구성하고, C자 모양의 나전으로 잎사귀를 표현했다. 표면을 장식한 나전의 완벽한 접착 상태, 주칠과 자물쇠의 형태를 통해 현재까지 전하는 나전 경함 중 가장 원형에 가까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이 올해 재개관 이후 처음으로 기획한 고미술 전시로 동아시아 3국의 불교 미술을 한 자리에서 비교·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한국을 비롯 일본, 영국, 미국, 독일 등에 소재한 27개 컬렉션에서 불화, 불상, 공예 등 불교미술 걸작품 92건(한국미술 48건, 중국미술 19건, 일본미술 25건)을 선보인다.
그간 한, 중, 일 각국의 불교미술을 개별로 조명한 전시는 있어 왔지만, 동아시아 3국의 불교미술을 한 자리에서 비교 감상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여성’을 키워드로 불교미술에 비춰진 다양한 여성의 바램들은 가족의 안녕과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어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오는 6월 16일 전시 종료를 20여 일 앞두고 있는 이 전시는 언제 다시 전시장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작품들이어서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문화재단은 “대규모 동아시아 불교미술 기획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기간 일본, 미국, 대만 등 해외 연구자와 다시 보기 어려운 작품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고자 하는 국내 관람객들의 재방문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관람은 2주전부터 온라인 예약해야 한다. 관람료는 1만4000원. 화~금요일, 하루 2회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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