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마약 ‘드라퍼’로…돈 되는건 다 한 범죄조직원들 덜미

29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과 대포폰 등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시작해 마약 유통까지 손을 뻗친 조직원 27명이 검거됐다. 이들 범죄가 보이스피싱에서 마약 범죄로 넘어가기까지 불과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대포폰 사용, 비대면 거래 방식 등 두 범죄의 범죄 수단이 비슷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9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관리하고 이들을 이용해 마약까지 유통한 김모(37) 씨 등 27명을 범죄집단조직·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이달 14일까지 국내외 총책을 두고 중계기 581대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81명으로부터 11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보이스피싱 중계기를 관리하거나 현금(카드)수거책으로 활동한 조직원을 통해 시가 29억 원 상당의 필로폰 등 마약 5.77kg을 유통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신고로 중계기 관리책이 검거된 후, 관리책이 마약 소분을 위해 저울·티스푼 등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덜미가 잡혔다.

경찰이 검거한 국내 총책인 김 씨는 필리핀에 거주 중이던 경상도 고향 후배 박모(33) 씨로부터 보이스피싱 범죄 공모에 대한 제안을 받고 지난해 5월부터 중계기 책임직을 맡았다. 이후 이들은 지인 권유·고액 알바 모집 문자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중계기 관리책과 현금(카드)수거책을 모집하고 서울·경기 등에 사무실 7곳에서 중계기 581대를 운용했다. 11월부터는 신뢰할만한 중계기 관리책과 현금(카드)수거책을 뽑아 필로폰·케타민 등 약 29억 원 상당의 마약 5.77kg을 백팩에 숨겨 들어온 후 텔레그램을 통해 20억여 원 상당의 마약을 판매했다.

경찰은 국내외 총책으로 역할하며 조직을 최종 관리한 남성 1명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김 씨와 함께 범죄를 공모하고 해외 총책을 맡은 박 씨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 수배를 신청해 검거할 예정이다.

이들이 보이스피싱에서 마약까지 빠르게 뻗칠 수 있었던 이유를 두고 경찰은 범죄 과정이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에게 현금·신분증을 수거할 때에 소화전, 담벼락 등에 두라고 지시하고 현금(카드)수거책을 보내는데, 이는 마약 범죄에서 흔히 쓰이는 ‘던지기’ 수법과 비슷하다. 또한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대포폰·중계기 등을 이용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린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