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우회전 신호등 확대로 국민 안전 높인다

2024. 5. 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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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초보인 내게 가장 무서운 장소는 바로 ‘직진과 우회전이 동시에 가능한 차선’이다. 우회전을 하기 위해서는 보행 신호와 보행자의 유무, 그리고 교차로 전체의 신호를 모두 세심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뒤의 차가 직진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에는 괜히 마음이 급박해진다. 

물론 직진과 우회전이 동시에 되는 차선의 경우 우회전 차량이 안전하게 우회전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직진 차량이 기다리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으나, 빨리 비켜줘야 할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이 상황 판단을 흐려지게 만들곤 한다.

마찬가지로 보행자 입장에서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은 우회전 차량들의 움직임이다. 특히나 횡단보도에 걸쳐서 정지해있는 우회전 차량이나, 보행자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우회전을 위해 보행 신호 중인 횡단보도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접할 때면 보행자로서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교차로 우회전 시 보행자 유무에 상관 없이 일시정지해야 한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제로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 혹은 교차로 직진 차량과 부딪쳐 사고가 나는 경우가 빈번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차로 우회전 시 차량이 무조건 일시정지한 뒤 보행자와 교차로 차량의 통행을 확인하며 상황에 따라 우회전을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우회전 차량의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가 의무화된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 추이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는 OECD 회원국 중 중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우회전 신호등의 설치 기준.(출처=KTV)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5월 20일, ‘2024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의 일환으로 교차로 우회전 신호등 설치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기존에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교차로를 대상으로 설치되어 있던 우회전 신호등의 개수를 229개에서 400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우회전 신호등은 1년 동안 3건 이상의 우회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는 곳,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 간의 상충이 빈번한 곳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번 대책을 통해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은 장소에 추가적으로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의 교통법규.(출처=KTV)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서 우회전을 하고자 하는 차량은 빨간불일 때 보행자의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하며, 우회전 신호가 켜졌을 때만 우회전을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우회전 차량들이 우회전 신호 시에만 통행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통행에 불편을 유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회전 신호등은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모두 지켜주는 ‘안전 신호등’이 될 전망이다.

우선 차량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교차로에서 갑자기 우회전을 하려고 튀어나오는 차량과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편도 2차선 도로에서 2차선을 타고 직진을 하고 있던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우회전 차량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지역에서는 우회전 신호를 기다린 뒤 통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차로 차량과의 사고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보행 신호가 빨간불일 때 우회전을 하게 되기 때문에 보행자들의 돌발 행동 및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사거리에 설치돼 있는 우회전 신호등.(ⓒ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보행자의 입장에서도 우회전 신호등이 도입될 경우 마음 편하게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신호가 긴 횡단보도의 경우 보행자가 채 길을 다 건너기도 전에 우회전 차량들이 진입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우회전 신호에만 차량 우회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회전 신호등 확대 설치를 통해 보행자들의 안전한 횡단보도 이용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우회전 신호등은 보행자들의 안전 보호를 위해 설치되기 시작했지만, 점차 보행자뿐 아니라 차량 운전자들의 안전도 함께 지킬 수 있는 ‘안전 신호등’이 되어가고 있다. 400대로 확대 설치되는 우회전 신호등이 더 많은 곳에 자리 잡아 보행자와 차량 운전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횡단보도와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양은빈 bin2bin249@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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