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까지 날아 간 北 ‘오물’, 타이머로 투하…150여개 대량 남하

경북 영천 포도밭에 떨어져 비닐하우스 파손
전북 무주 전봇대 전선에 걸린 오물 풍선 발견
네티즌들 “화학전 미쳤네” 등 반응

2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발견된 오물 풍선 내용물 잔해.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풍선에 실어 남측을 향해 살포한 ‘대남 오물’이 전국에 걸쳐 150여개 발견됐다. 한반도의 남쪽 끝에 가까운 경남 지역에서도 오물 풍선이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북한은 풍선에 타이머를 달아 공중에서 오물을 투하한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북한은 어제(28일)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150여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150여개의 풍선 중 일부는 땅에 떨어졌고 나머지는 계속 비행 중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상에 낙하한 풍선에는 오물, 쓰레기 등이 포함돼 있다. 지상에 낙하한 풍선은 군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해 관련 기관에서 정밀 분석 중이다.

합참은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으며,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미상 물체 식별 시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영천=뉴스1) 정우용 기자 =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29일 경북 영천시 대전동 한 포도밭에 떨어져 경찰과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독자 제공) 2024.5.29/뉴스1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것에 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실제로 ‘오물 풍선’을 남측으로 날려보냈다. 북한은 2016년에도 오물 풍선을 보냈고, 당시 우리 측 자동차가 파손되는 피해가 났다.

오물 풍선은 전국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경기와 강원 등 북한과 가까운 접경 지역에서 풍선 잔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파주시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인근을 비롯해 성남시 수정구의 아파트 등에서도 신고가 접수됐다.

북한과 직선거리로 250㎞ 이상 떨어진 경북 영천에서도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이날 오전 7시 40분쯤 경북 영천시 대전동 한 포도밭 주인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오물로 보이는 쓰레기가 비닐하우스를 파손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포도밭 주인은 오물 풍선이 떨어지면서 비닐하우스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서울=뉴스1) 양희문 기자 =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29일 서울 노원구 한 중학교에서도 발견돼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독자 제공)2024.05.29/뉴스1

이날 오전 5시 45분쯤에는 전북 무주군 무주읍 한 전봇대 전선에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이 걸려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과 경찰이 확인한 결과 내용물은 쓰레기 등이었다. 오전 5시 30분쯤에는 경남 거창군 위천면 한 논에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 추정 물체가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약 5m 높이의 풍선 두 개에 비닐 주머니가 매달린 상태였다. 비닐 안에는 페트병과 종이 쓰레기 등이 담겨 있었다.

밤사이 전국에 떨어진 풍선에는 대변 거름 등 오물, 건전지와 신발 조각 등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공중에서 풍선을 터트리기 위한 타이머 장치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잔해에서 대남 전단(삐라)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29일 오전 대남전단 풍선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경기 용인시 이동읍 송전리에서 발견됐다. /뉴스1

네티즌들은 북한이 오물을 남측으로 날려보내자 분노의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남겼다. 이날 엑스(X, 옛 트위터)에서 한 네티즌은 사진 두 장을 올리고 “(북한이) 진짜 똥 뿌리기 시작 – 화학전 미쳤네”라고 썼다. 경기 성남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풍선을 봤다는 네티즌은 출동한 군과 경찰 관계자가 조사 중인 사진을 올렸다. 서울 구로구에서는 풍선 잔해에서 전자기기가 나왔다. 풍선을 공중에서 터트리는 타이머 장치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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