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법 폐기 위기…“더 죽어야 하나” 피해자들 용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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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빨간 손팻말을 들고 섰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전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이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될 위기에 놓이자 피해자들이 대통령을 향한 직접 호소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피해자가 살던 집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도록 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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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그제도 피해자분들이 자살시도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팔에 붕대를 감고 나왔다는 피해자, 유서를 써놓았다는 피해자의 소식도 듣습니다. 아무도 나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고립감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겁니다.”(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S.O.S’.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빨간 손팻말을 들고 섰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구조요청 신호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전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이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될 위기에 놓이자 피해자들이 대통령을 향한 직접 호소에 나선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덟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비정하고 잔인하냐”며 개정안을 즉각 공포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살려달라, 피해자들의 구조요청에 대통령은 응답하라’며 대통령실을 향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현재의 특별법의 사각지대를 전세사기특별법이 담고 있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보완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정부안은 (사기당한) 그 집에서 사는 사람에겐 괜찮지만, 살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위한 대안이 있느냐. 결국 피해자가 (사기당한) 그 집에서 모든 걸 감내하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자들의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고 절망적”이라 “여러 선택지가 필요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국토부는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피해자가 살던 집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도록 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선구제’ 방식에 부담을 느껴온 정부가 내놓은 대체안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강민석씨는 국토부의 대책을 두고 ‘전세사기 피해자 난민 수용안’이라고도 언급했다. 강씨는 “사기를 당한 지옥 같은 곳에서, 외벽이 허물어지고 누수·역류·결로가 있는 집에서 앞으로 10년을 더 살라는 말이냐. 어디 가지도 말고 연애, 결혼, 출산, 직장 다 포기하고 살라는 말이냐”고 했다. 강씨는 “개정안은 피해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법이다. 2천∼3천만원으로 사람이 죽는다. 거부권?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고 외치기도 했다.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회견에 참석한 다른 피해자들의 울음소리가 더해졌다.
이철빈 위원장은 “성실히 세금을 내며 살아온 국민이 잠깐 어려움에 처했다고 도와달라고 하는데 세금을 낭비하는 벌레처럼 취급하는 것, 그거 정말 나쁜 거다”라며 “은행과 건설사에 수십조 원을 퍼부으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1조 원도 안 되는 금액을 한푼도 지원하지 않겠다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 정부는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는 이날 윤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 촉구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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