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 킬러에서 도우미로, 그러나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대구에서 수원으로 가는 오재일
지난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키움의 경기에서 9회 1사 후 대타 오재일이 투입됐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오재일은 8번타자 김재상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팀은 2-4로 뒤처져있던 상황. 오재일은 키움 마무리 주승우의 초구 직구를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갔고 좌측 담장을 넘겼다.
그러나 오재일은 특별한 세리머니 없이 덤덤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경기 후 자신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삼성과 KT는 대구와 잠실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보도자료를 냈다. 오재일은 박병호의 트레이드카드로 삼성에서 KT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오재일과 삼성의 동행은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지난 2020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재일은 삼성과 4년 최대 총액 50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삼성으로서는 2017년 11월 강민호와의 계약 이후 약 3년만의 외부 영입이었다.
직전 해에 장타가 부족했던 삼성은 오재일을 데려오며 보강을 했다.
또다른 영입 이유 중 하나는 오재일이 삼성 투수들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에게 강했다. 2020시즌까지 원태인을 상대로 원태인을 상대로 타율 0.615 5홈런 15타점 등으로 강했다. 최채흥에게도 타율 0.455 1홈런 4타점 등을 기록했다.
원태인은 오재일의 영입 소식이 들리자마자 “평균자책이 0.5는 내려갈 것 같다”며 반겼다.
삼성의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도 강했다. 2015년 ‘라팍’ 개장 후 2020시즌까지 통산 타율 0.320 12홈런 33타점 등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699로 거의 7할에 달했다.
실제로 오재일이 합류한 첫 해인 2021시즌 삼성은 KT와 시즌 막판 최초의 1위 결정전을 치를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다. 오재일은 영입 그 자체만으로도 팀을 뭉치게 하는 효과가 있었고 실제로 오재일도 첫 해 120경기에서 타율 0.285 25홈런 등을 쏘아올리며 든든한 도우미가 됐다. 2022시즌에도 135경기 타율 0.268 21홈런 등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이유 모를 부진에 빠졌다. 106경기에서 타율 0.203 11홈런 54타점 등을 기록하며 이전 몇 년 동안 달성한 기록보다 훨씬 떨어진 수치를 성적으로 받아들였다. 삼성은 ‘슬로스타터’인 그의 스타일을 이해하며 기다리려고 했지만 부진이 너무 길었다.
예기치 못한 부상도 있었다. 7월5일 포항 두산전에서는 8회말 1루로 전력 질주를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당시 오재일은 1루에 당도한 뒤 고개를 푹 숙였다.
오재일은 지난 해 정규시즌을 마치자마자 몸을 만들었다. 부상 방지를 위해 웨이팅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야식을 끊고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줄여가며 체중 관리도 했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때에는 훨씬 날씬해진 모습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의 기대도 컸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해 워낙 부진했기 때문에 봄에도 절치부심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1루를 맡아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그리고 오재일은 스프링캠프에서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범경기에서부터 9경기 타율 0.385 1홈런 2타점 등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올해도 역시 슬로스타터였다. 오재일은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4월 성적은 타율 0.222에 불과했다.
올해도 개막 후 4월5일까지 11경기에서 타율이 1할대(0.167)에 머물렀고 결국 4월6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좀처럼 감을 찾지 못했던 오재일은 지난 12일 가장 자신있는 곳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오마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창원에서 잘 했던 오재일은 이날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살아난 타격감은 오래가질 못했다. 이날 경기를 제외하고 5월 타율은 0.304로 3할대를 유지했지만 찬스를 해결하지 못했다. 득점권 타율은 ‘0’이었다.
28일 대타로 홈런은 쏘아올렸지만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지난 18일 한화전 이후 10일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오재일은 이제 수원을 홈으로 옮긴다. 수원구장에서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통산 62경기에서 타율 0.304 12홈런 45타점을 올렸다.
대구에서 서울로 향한 오재일은 29일 KT 선수단에 합류한다. 우연찮게도 이날 KT는 오재일의 옛 팀인 두산과 맞대결을 펼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에서 오재일은 다시 한번 부활을 외친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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