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이 '직장내괴롭힘 신고' 스포츠서울에 무슨 일이
"기강 해이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차례 해임 예고" 진정서 접수
노조 "사측, 야근 하지 말라면서 손흥민 새벽 경기 실시간 기사 압박"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임명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돌연 해임된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이 경영진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편집국장 해임이 '꼬투리 잡는 식의 명분 없는 해임'이라는 내부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7월 물적분할을 앞둔 스포츠서울에서 남은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스포츠서울 사측은 지난 23일자로 조현정 편집국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조 국장을 콘텐츠기획제작실로 발령냈다. 지난해 7월 임명동의를 거쳐 선임된 조 국장은 지난 4월부터 두 달 가까이 경영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국장직에서 해임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국장은 23일 경영진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하는 진정서를 서울고용노동청에 접수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사측은 조직 기강 해이, 페이지뷰와 편집국 매출 감소, '소수의 기자가 원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해임했다. 조 전 국장은 경영진으로부터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줘라. 경영 위기로 편집국장을 교체해 분위기를 전환하겠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고, '편집국장이 국장 라인 기자들과 조직적으로 회사업무를 방해한다' 등 근거 없는 소문을 이유로 해임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국장이 국장직에 선임된 후 경영진이 인사권을 보장해오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사측이 주장하는 조직 기강 해이는 기자들이 낮 12시 점심시간을 지키지 않고 일찍 식사하러 나가고 주말 등 휴일 근무에 오전 9시 정시 출근을 지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다. 특히 조 전 국장은 경영진이 휴일 근무일에 취재 간 데스크들이 본인에게 보고 없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다며 편집국장에게 '나를 무시한 처사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정서에서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매출과 페이지뷰 감소는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편집국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었고 페이지뷰 또한 증가했다”며 “편집국장은 회사의 지원이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LG트윈스가 우승할 당시 특별판을 제작해 스포츠서울의 위상을 높였는가 하면, LG트윈스 화보 발간으로 사 수익도 올렸다”며 “경영진이 출장비를 한 푼도 못주겠다고 했지만 아이디어를 짜내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굵직한 국제경기 취재를 진두지휘해 페이지뷰를 높였다”고 했다.
'경영진의 노사상생협약 무시'… 노조도 노동청에 진정서 접수
사측은 조 국장의 해임을 시도하며 지속적으로 새 국장 임명을 시도했다. 사측은 지난달 중순 조 국장을 해임한 뒤 새 후보를 지명하겠다고 통보했으나 노조의 문제제기에 불발됐다. 이후 사측은 직전 노조위원장이자 내년 3월 정년퇴직을 앞둔 이주상 기자를 후보로 지명했고, 이 기자가 자진사퇴해 투표가 무산됐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8일 이 기자를 다시 지명했고, 편집국장 임명동의제에서 61%의 반대로 부결됐다.
결국 사측이 조 국장을 해임해 국장 자리를 공백으로 만들고, 이 기자를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발령냈다고 구성원들은 설명한다. 노사상생협약에 따라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편집국 선임부장이 맡는데, 사측은 부장직이 아니었던 이 기자를 편집국장 직무대행 및 부장(온라인마케팅) 겸임으로 발령냈다. 구성원들은 이를 두고 '말도 안되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이 노사상생협약을 무시했다며 지난 24일 노동청에 관련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접수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협약은 편집국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해임 등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을 때 직무대행을 세울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며 “편집국장을 함부로 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노조는 사측과 수차례 면담과 공문을 통해 편집국장 경질의 부당성을 지적했지만 결국 소귀에 경 읽기였다”고 지적했다.
현재 스포츠서울에선 출장비, 연월차수당 등이 미지급 상태이며 월급도 제때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철훈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장은 지난 24일 미디어오늘에 “체육부 같은 경우 지방 경기가 많아서 출장비가 꽤 많이 나온다”며 “1000만 원 가까이 출장비를 받지 못한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야근·특근비를 줄 돈이 없으니 야근을 하지 말라면서도 '손흥민 새벽 경기가 끝났는데 왜 실시간으로 기사를 쓰지 않냐'며 기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현정 전 국장은 27일 미디어오늘에 “회사 경영상의 어려움을 편집국장 교체로 분위기 전환하겠다고 주장하거나 편집국 근무 기강이 해이해졌고 소수의 기자가 국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등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국장 해임을 여러 차례 예고했다”며 “회사가 매각 전 단계이기도 하고 편집국을 지키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국장의 직무를 수행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모든 책임을 편집국으로 전가했다”고 말했다.
물적분할 앞둔 스포츠서울 '남는 자가 죽는다' 구성원들 불안감 커져
스포츠서울은 28일 오전 임시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방식의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지면 신문과 온라인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 '스포츠서울신문사업부'만 떼어내 신설 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회사에선 나머지 사업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보도 기능이 빠져나간 기존 회사에선 '굿모닝서울'이라는 종합지 성격의 온라인 매체가 운영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적분할은 오는 7월2일 시행된다.
사측은 이를 위해 조직개편 과정에서 '굿모닝서울사업본부'를 설치했다. 해당 본부엔 조현정 국장이 해임된 후 발령받은 '콘텐츠기획제작실'이 속해있다. 일부 대상자들에게도 해당 부서로의 인사 발령이 통보됐는데, 구성원들 사이에선 경영진이 핵심만 가져간 신설 회사를 매각하고 기존 회사는 자연스럽게 폐업 수순을 밟을 거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2021년에도 사측의 정리해고 강행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사측의 정리해고 처분을 전부 부당해고라고 판단해 해고자들 복직이 이뤄졌다.
황철훈 지부장은 “(사측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건 인원 정리가 되는 것”이라며 “새로 분할된 회사를 매각하면 남는 회사는 구조조정·정리해고를 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분할이 되면 나가는 자와 남는 자 둘로 쪼개지게 된다”며 “남는 회사는 신문과 온라인이 빠져버리면 빈껍데기다. 내부에선 '남는 자가 죽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 전 국장은 “지금도 월급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회사가 전문화돼있지 않은 종합지 성격의 신생 매체를 만들어서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굿모닝서울사업본부로의 인사 발령) 통보를 받은 기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몇 년 전 정리해고 사태 때문에 회사가 편법을 쓴 것 같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편집국장의 해임과 물적분할 등 스포츠서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스포츠서울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스포츠서울 전무, 사장, 상무 등 3명에게 27~28일 통화, 문자, 메신저 등으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 늙은 해병의 격노 “국회의원들 계란말이나 해라” - 미디어오늘
- 헌재, 공개변론 없이 ‘수신료 분리징수’ 위헌여부 판단한다 - 미디어오늘
- 선거방송심의 폭주 그 후…남은 민원은 방심위가 떠맡는다? - 미디어오늘
- 6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 통신사 제휴상품 가격 인상 - 미디어오늘
- 포털댓글 국적표시·뉴스 폐지… 과격했던 21대 과방위 - 미디어오늘
- 보톡스 성분 없는 화장품에 ‘보톡스 느낌’이라는 GS샵 - 미디어오늘
- 국회의장 앞둔 우원식 의원, 방송3법 재입법·언론 개혁 공감 - 미디어오늘
- [영상] 이재명 “국회 능멸하는 일 없도록” 박찬대에게 내린 특명 - 미디어오늘
- ‘채상병 특검 부결 민심 반한다’ 기자 질문 쏟아지자 추경호 내놓은 답 - 미디어오늘
- ‘우파장악’ KBS 대외비 문건 MBC 보도 신속심의, 방심위 결정 번복 왜?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