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시흥의 빛과 소금’ 회장 “눈물 어린 도시락 편지가 30년 봉사의 시작”
“시흥의 빛과 소금이 돼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10년 전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뜻을 같이한 9명과 함께 ‘시흥의 빛과 소금’이라는 봉사단체를 직접 만든 김보경 회장(55).
에어컨 설치 업체를 운영하는 김 회장은 잦은 출장으로 바쁜 일상에도 잠을 줄여가면서 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시흥 전체 20개 동 어디든 달려간다.
시흥의 빛과 소금은 현재 평균 연령 33세의 회원 83명이 혈기 왕성하게 활동하며 선행의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어르신 병원 동행부터 반찬 나눔, 집수리, 다문화가정 한글 지도 등 손길과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여기에 더해 김 회장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홀몸어르신 가구에 에어컨 설치를 비롯해 경로당 에어컨 청소 및 수리 지원도 틈틈이 하고 있다.
30년째 봉사활동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그에게 봉사는 숙명처럼 다가왔다. 성당에서 시작했던 도시락 나눔 봉사가 불씨가 됐다.
당시 그는 형편이 어려운 초·중학생들을 위해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배달하고 수거하는 활동을 했다.
어느 날 그는 수거해 온 한 초등학생의 도시락에서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내일이 소풍날이니 김밥 도시락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쪽지에는 여러 번 지우고 힘겹게 쓴 흔적이 엿보였다.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정성껏 김밥을 만들어 담고 과일과 함께 간식 사 먹을 용돈을 함께 넣어 아이가 가져갈 수 있게 전달했다.
그날 저녁 가져온 도시락에는 온통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종이에 쓰인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선생님 덕분에 즐거운 소풍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없던 제가 오늘만큼은 온전히 엄마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저도 언젠가는 꼭 누군가를 돕는 어른이 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무심코 베푼 친절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고 나아가 누군가의 삶을 희망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봉사를 지속해야 할 선명한 이유를 찾았고 30년째 봉사로 점철된 삶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본업으로 방전된 체력을 ‘봉사’라는 에너지로 채우는 조화로운 일상을 이어가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누구보다 자신이 즐거워 하는 봉사일 때 상대에게도 즐거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며 ‘봉사는 그저 즐겁게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 가고 있다.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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