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동학대 가해자 이름·얼굴 보도는 위법"
아동학대 혐의 가해자의 실명과 얼굴을 보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JTBC A 기자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선고 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경미한 경우 선고를 미뤄 일정 기간 범죄를 짓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 기자는 2019년 9월 한 피겨스케이팅 코치가 어린 제자들에 대해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보도를 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가해 코치 B씨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됐다.
그런데 아동학대처벌법의 보도 금지 조항이 문제가 됐다. 현행법은 신문·방송사 관계자 등이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 고소·고발·신고인의 인적 사항을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학대 가해자의 신원이 노출돼 피해 아동 등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B씨는 A 기자 등을 고소했고, 검찰은 혐의를 인정해 약식 기소했다. A 기자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피해 아동 부모의 제보로 보도하게 됐다” “추가적인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보도였다”고 주장했다. 보도가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A 기자는 가해자에 대한 신상 보도를 금지한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 법률 심판 제청도 신청했다.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제청했지만, 헌재는 2022년 10월 이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후 1심과 2심은 A씨에게 벌금형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유죄로 인정하되 처벌은 유예한 것이다. 1심은 “이 사건 보도로 자연스럽게 피해 아동들의 인적 사항이 상당히 알려졌을 것”이라며 “보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더라도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등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2심도 “언론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의 인적 사항을 보도하는 방식만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맞다고 판단했다.
한편, A 기자와 함께 당시 사건을 보도한 손석희 전 JTBC 앵커는 이 사건과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폭행한 혐의로 함께 약식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손 전 앵커는 A 기자와 달리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벌금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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