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미역, 다시마가 희토류 공장된다…환경오염 없는 ‘바이오마이닝’
육지 매장지 인근 해역에 대규모 재배
환경 오염 걱정 없이 희토류 생산도 가능
미 에너지고등연구계획국, 한국과도 연구 협력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귀 광물인 희토류를 육지 광산이 아니라 바다에 사는 해조류에서 얻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희토류 채굴로 생기는 환경 파괴를 줄이고, 채굴량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해조류 양식의 강국인 한국도 국제 공동 연구에 참여할 전망이다.
영국의 과학전문지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해조류를 이용해 희토류를 생산하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명체에서 희토류를 이른바 ‘바이오마이닝(biomining)’ 기술이다.
희토류는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를 지칭하는 말로, 란타넘·네오디뮴·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17개 원소를 말한다. 세계 각국이 희토류 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반도체, 액정디스플레이(LCD), 배터리, 전기자동차 같은 첨단 제품의 핵심 소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중국에 가장 많이 매장돼 있다.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의 셰리 우만조르(Schery Umanz) 교수는 해조류를 이용해 환경 파괴 없이 희토류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해조류가 바닷물에 녹아있는 희토류 원소를 흡수해 몸안에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만약 해조류가 희토류 원소를 더 많이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 육지 대신 바다에서 희토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원(ARPA-E)에서 20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과학자들이 바다에서 희토류를 찾는 것은 육지 희토류 광산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희토류 성분이 함유된 광석을 캐고, 여기서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는 선광과 희토류 성분만 뽑아내는 정제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먼지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중금속, 유해가스, 폐수, 광물 찌꺼기 등이 발생한다.
국제전략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희토류 1t을 뽑는 과정에서 황산이 포함된 독성가스 6만3000㎥, 산성 폐수 20만L가 발생한다. 중국은 이런 환경 오염을 무시하고 희토류를 채굴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국민의 반발을 우려해 희토류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중국이 대부분의 희토류 생산을 차지한 탓에 희토류가 무기화되기도 한다.
알래스카대 연구진은 알래스카주 남동부에 있는 보칸산에 주목했다. 보칸산은 능선을 따라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희토류가 매장된 지역 중 하나다. 미국 정부가 몇 년 전부터 희토류 채굴을 고민했지만, 환경에 대한 우려로 생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만조르 교수는 희토류 광산에서 흘러온 물이 바다로 가면 해조류가 그 안에 있는 희토류를 몸안에 흡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바다 광산의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보칸산 주변 바다에 희토류 원소를 축적할 수 있는 해조류를 대규모로 양식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해조류에서 생성되는 음전하를 띤 탄수화물이 양전하를 띤 희토류 원소를 끌어당긴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갈조류에 있는 알긴산염이 희토류 원소의 하나인 이트륨을 농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긴산은 미역이나 다시마의 20~30%를 차지하는 섬유질이다. 우만조르 교수는 “해조류는 3차원의 흡수 유기체에 가깝다”며 “육지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바이오마이닝과 달리 해조류는 뿌리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서 광물을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는 수조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일부 거대 해조류가 평균보다 100만배 정도 높은 농도로 희토류 원소를 축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래스카대 연구진의 아이디어가 실현가능하다는 의미다. PNNL의 스콧 에드먼슨(Scott Edmunson) 연구원은 “해조류를 이용한 채굴은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우만조르 교수 연구진은 해조류를 이용한 희토류 생산이 성공한다면 보칸산과 이어지는 해안에 희토류를 생산하는 대규모 해조류 양식장을 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친환경적인 희토류 생산이 전통적인 채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조류는 광산에서 생기는 각종 폐기물을 정화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해조류를 이용하면 바다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미 ARPA-E는 해조류 양식의 강국인 한국과도 바이오마이닝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ARPA-E와 연구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방한한 에블린 엔 왕(Evelyn Wang) ARPA-E 원장은 전남 완도의 해조류 양식장도 방문했다.
왕 원장이 완도를 찾은 것은 이미 미국에서 해조류 양식의 최적지로 인정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완도의 해조류 양식장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하며 완도가 친환경 해조류 양식의 최적지라고 소개해 화제가 됐다.
참고 자료
PNNL, DOI : https://www.pnnl.gov/main/publications/external/technical_reports/PNNL-35837.pdf
ARPA-E, DOI : https://arpa-e.energy.gov/technologies/exploratory-topics/algal-m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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