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대남전단' 문자 "전쟁난 줄 심장 벌렁"…"재난문자 보낼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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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웠다가 재난문자 사이렌 소리에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잠이 확 깼어요."
한밤중 북한이 살포한 전단(삐라)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발송돼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소동이 빚어졌다.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34분쯤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이라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경기도와 서울 일부 지역에 발송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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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자려고 누웠다가 재난문자 사이렌 소리에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잠이 확 깼어요."
한밤중 북한이 살포한 전단(삐라)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발송돼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소동이 빚어졌다. 영문으로 '공습'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데다, 문자 내용이 모호한 탓에 재난문자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34분쯤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이라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경기도와 서울 일부 지역에 발송됐다. 대남 전단에 뭐가 들어있을지 모르니 건드리지 말고 신고하라는 취지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대북전단을 발견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하루 동안 소방 당국이 신고를 접수해 수거한 사례만 총 7건이다.
이 같은 상황을 모른 채 한밤중 위급재난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곧장 불안감에 빠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는 재난문자 관련 문의 연락이 빗발쳤다. 'X'(옛 트위터)에서도 '대남전단', '재난문자', '심장 떨어질 뻔' 등이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 모 씨는 "평소 재난문자를 꺼놨는데도 너무 크게 울려서 깜짝 놀랐다"며 "씻고 누웠는데 언제 또 울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백 모 씨(28)는 "지하철로 퇴근하던 중 열차 내에 있던 사람들의 휴대전화가 일제히 울렸다"며 "사이렌 소리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뚫고 들어올 정도로 커서 졸다가 잠이 확 깼다"고 말했다.
특히 영문으로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사전경보)이라고 발송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번역이 잘못됐다', '문자 받고 심장마비가 올 뻔했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영문 안내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해 덧붙이는 것인데 시스템상 항공기, 탄도탄, 정찰위성 중 하나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영문이 따라붙게 돼 있다"며 "대남전단도 풍선을 통해 날아오는 비행체이고, 안에 드론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가장 근접한 항공기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삐라'로 한밤중 위급재난문자까지 발송할 일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위급재난문자'는 긴급재난문자와 달리 수신 거부를 해도 울리게끔 돼 있는 데다, 알림 소리도 휴대전화 최대 볼륨으로 규정돼 있다.
직장인 A 씨(27)는 "이미 며칠 전에 북한에서 삐라를 살포할 거라는 뉴스가 나왔는데 왜 인제야 한밤중에 재난문자를 발송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알맹이 빠진 재난문자의 허점이 또 한 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라는 표현이 모호한 탓에 무슨 뜻인지 알아채기 어려울뿐더러, 자세한 안내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매뉴얼의 문구를 참고해서 발송하다 보니 상황에 맞는 세부적인 내용은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재난문자 방송 기준과 운영 규정을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공 교수는 "대남전단에 독극물이나 화학물질 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재난문자를 발송할 만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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