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함에 숨기고 소화전에 감추고…'피싱·마약' 일당 27명 덜미
'피싱' 조직이 마약에도 손댄 이유…"수법 닮았다"
경찰, 마약 보관 장소 찾기 위해 200여 곳에 압색 진행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이용해 마약까지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9일 보이스피싱 뿐 아니라 마약 유통 범행까지 저지른 30대 국내 총책 박모씨 등 27명을 범죄집단 조직‧활동, 사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이 가운데 박씨를 비롯한 1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모두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박씨 일당은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바꾸는 '중계기'를 설치해 관리하면서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으로 11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파악된 피해자만 81명에 달한다.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면, 이 중계기를 거쳐 피해자에게는 국내 전화번호로 표시되는 식이다.
이들은 중계기를 자신들의 보이스피싱 범죄 뿐 아니라 다른 주식 리딩방 사기 조직 등에 대여해주는 사업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박씨 일당은 해외에서 필로폰 등 마약을 밀반입해 서울, 인천 일대에 있는 무인택배함, 소화전에 숨겨 유통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 수사 결과 일당은 지난해 5월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이다가 그해 11월부터 마약 밀반입과 유통에도 손 댄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범죄에는 중계기 약 580대가 이용됐다. 중계기 중 상당수는 일반 휴대전화로, 일당은 전화번호 변작이 가능한 앱을 휴대폰에 설치해 사용했다.
일당은 중계기를 통해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국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피해자가 소화전, 무인택배함 등 약속한 장소에 현금을 가져다 놓으면 이를 편취했다.
국내 총책 박씨는 중계기를 주식 리딩방 사기, 성매매 조직 등 다른 범죄조직에 대여해서 수익을 얻는 창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중계기 관리책 A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그가 마약 소분용 저울, 티스푼 등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마약 수사로 확대했다.
경찰은 일당이 마약 보관 장소로 활용한 아파트, 소화전, 무인택배함, 야산 등 200여 곳을 샅샅이 훑으며 약 8개월 간 마약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29일 "보이스피싱으로 현금을 수취하는 방식과 마약을 유통하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에 일당이 범죄 종류를 마약으로 넓혀간 것으로 보인다"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인출해서 지정된 장소에 가져다 놓으면 비대면으로 거둬 가는데, 마약 역시 이런 식으로 유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두 범죄를 같이 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 결과 박씨 일당은 마약을 가방에 숨겨 인천국제공항으로 밀반입했다. 중계기 관리책이자 마약 운반책 B씨는 가방 안쪽 벽면을 해체해 마약을 숨긴 뒤 다시 완벽하게 재봉해 밀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자와 접촉해 소화전, 무인택배함 등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운반하면 구매자가 이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졌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이 필리핀 등 해외에서 밀반입한 마약은 5.77kg로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약 29억 원에 이른다. 경찰은 이 중 필로폰 860g과 케타민 1.193㎏, 엑스터시 252정 등 시가 9억 8000만 원 상당의 마약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안검색대에서 마약 반입 사실이 왜 걸리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며 "배낭으로 가지고 온 마약을 운반책들이 산, 건물 옥상 등에 갖다 놓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외 총책 30대 김모씨와 국내외 범죄 전반을 관리한 총책 C씨를 추적하고 있다며 "해외 총책 김씨는 특정해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외 총책 C씨 등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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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treasu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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