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죽음 의심되는 ‘이 질환’··· 고온·탈수에 휴식 없이 운동하면 위험

김태훈 기자 2024. 5. 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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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입소한 신병들이 단체로 얼차려를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한 육군 훈련병에게 유사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 ‘횡문근융해증’은 기온이 높아지는 계절에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로 고반복 운동을 할 경우 일반인에게도 발생하기 쉽다. 과도한 운동으로 손상된 근육의 구성 성분이 신장에 무리를 줘 빠른 대처가 없다면 중증 급성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이나 외상 등의 원인으로 명칭 그대로 근육이 ‘융해’돼 녹아버리는 증상을 보인다. 횡문근은 표면에 가로줄무늬가 보이는 근육인 가로무늬근의 다른 표현으로, 뜻대로 움직일 수 있어 수의근이라고도 불린다. 횡문근융해증으로 근육 괴사가 일어나면 손상된 근육세포에 있던 미오글로빈, 칼륨, 칼슘 등 여러 물질이 혈액으로 유입된 뒤 신장으로 밀려드는데, 신장의 여과 기능을 넘어설 정도로 과다한 양의 노폐물 때문에 혈액투석이 필요한 중증 급성신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발생 원인은 크게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뉜다. 외상성 원인은 사고나 폭행 등으로 근육이 충격을 받아 손상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비외상성 원인으로는 과도한 운동이나 감염, 약물·알코올 남용 등이 꼽히며,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수분 섭취 없이 운동할 때 발생하기 쉽다. 또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근육세포 안팎의 이온 균형이 깨지기 쉬운 상태 등이 겹칠 때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콜라색과 비슷한 갈색의 소변이 나오는 것 외에도 운동 후 운동 부위에 지속적으로 근육통과 붓기가 나타난다. 전신 무력감과 함께 미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정도가 심하지 않고 발생 초기에 진단을 받으면 수액요법만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진단이 늦어지거나 신장 독성이 있는 약제 등을 같이 복용한 경우라면 신장이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몸 안의 수분량과 전해질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잃는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횡문근융해증이 한두 차례 무리한 운동을 한 것만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기온이 높고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는 등 다른 위험요인이 겹친다면 통상적인 운동을 하다가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잠깐의 휴식조차 없이 과도한 반복동작을 이어가는 특성이 있는 운동이나 신체활동 중엔 근육이 점점 손상되기 쉬워지는 상태로 치닫으므로 틈틈이 휴식과 스트레칭, 수분 섭취를 해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한낮의 체감온도가 30도에 가까워지는 계절에 야외에서 휴식 없이 과중한 신체활동이 계속되면 열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 위험도 커져 신체기능이 빠르게 극도로 저하될 수 있어 위험하다.

최혜민 명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운동 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심한 근육통이 지속되고 소변색깔이 마치 콜라와 같은 색을 보인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단순한 근육통이라 간과하고 방치할 시에는 급성신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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