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Law]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진흥과 규제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4. 5. 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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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정부는 지난 23일 2024년 제4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사업”에 총사업비 3199억원(국비 3003억원), 사업기간 ‘2025~2030년(6년)’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다. 지난해 9월 예타를 신청한 후 3번째 도전만에 저궤도 위성 통신 정책추진을 본격화하게 되었다. 이 사업의 목표는 저궤도 위성통신의 핵심기술 자립화 및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역량 확보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2030년 초까지 6세대 이동통신(6G) 표준기반의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하고, 지상국, 단말국까지 포함된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시범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고도 300~1500km의 저궤도 위성은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 위성에 비해 지구에 가까워 짧은 지연시간으로 고속의 통신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커버리지가 좁아 다수의 위성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저궤도 위성 크기는 2m 이하가 대부분이며, 30cm 길이의 소형 위성도 개발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저궤도 위성 발사 비용도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경제성 문제도 상당수 해결되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통신시설이 망가진 가운데 저궤도 위성인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단말기를 통한 인터넷이 커뮤니케이션에 큰 역할을 했다. 또한 6G는 5G와 달리 지상 기지국만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UAM(도심항공교통)이나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상망과 위성통신 간 연결이 요구되고 있어, 저궤도 위성은 6G의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스타링크 4800 여기, 영국의 원웹은 633기의 저궤도 위성을 운용 중이며, 스타링크는 향후 약 3만기를 추가 발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등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비표준 독자 규격 기반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다만,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인 3GPP에서 저궤도 위성통신에 대한 표준화를 진행 중인데, 2020년대 후반 6G 표준이 완성되면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도 현재의 비표준 방식에서 벗어나 2030년대에 이르면 표준기반으로 본격 개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그간 통신위성으로 2010년 발사한 천리안 1호 이후 명맥이 중단되고 있는데 2021년부터 천리안 3호를 개발 중이며 2027년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은 1996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시작으로 그간 이동통신에서 축적한 모뎀, RF/안테나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위성통신까지 확장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위성통신 단말 분야는 글로벌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고, 방산업계도 유・무인 복합, 초연결 기반 미래무기체계 구현에 필수적인 저궤도 위성통신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적극적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우주 지배 없이 공중 지배 불가(No Air dominance without Space dominance)라는 원칙을 고려하면 이번 예타 통과의 의미는 적지 않다.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의 개발과 위성의 발사까지 통상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 바로 국내 기업들이 6G 표준 기반의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 진입을 준비할 수 있는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슈가 될 수 있는 것은 과연 한국이 독자적인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해야 하는 것인지와 이와 관련된 문제도 스타링크 등 글로벌 위성통신사업자의 국내 진출에 대해 어떤 법적, 정책적 대응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스타링크)나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처럼 글로벌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위성망 시장에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진출하기 어려우니 민·관·군 연합 전략을 택하고 동남아 등 유사한 고민이 있는 국가들과 글로벌 연합을 구축해 독자적 위성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다만 저궤도 위성망이 지상망이나 해저케이블망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독자 위성망 구축은 비현실적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현재로서는 6G 표준화 일정에 맞추어 6G 표준기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고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하여 국산화하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이며, 독자 위성망 구축은 중장기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스타링크가 신청한 기간통신역무의 국경 간 공급 승인 신청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간통신역무의 국경 간 공급이란 국내에 사업장을 두지 아니하고 국외에서 국내로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역무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는 같은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는 국내의 기간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역무의 국경 간 공급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여야 한다. 이에 미국 스페이스X는 작년 5월 한국에 스타링크 코리아를 설립하고 이와 기간통신역무의 국경 간 공급협정을 체결하고, 과기정통부에 협정 승인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서비스의 안정적인 제공 가능성,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당초 기존 서비스와 혼신을 막기 위한 기술적 분석이 계속되면서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정부는 독자적 위성망을 구축할 것인지, 스타링크의 국내 진출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위성통신의 한국 진출 허용 여부 등을 포함한 위성산업에 대한 정책방안이 빠르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일단 위성통신 2기를 발사하기로 한 이상 한국이 강점이 있는 이동통신 분야의 기술력과 개발 경험을 위성통신까지 확장하여 국내 위성통신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우주청 개청과 함께 종합적인 중장기적 위성정책이 마련되기 바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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