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까지 손댄 보이스피싱 조직 27명 검거

보이스피싱으로 시작한 조직, 마약 밀반입·판매·유통까지
필리핀에서 마약 밀반입도…19만명 분량 마약 들여와
국내 총책 등 27명 검거…17명은 구속, 해외 총책은 추적 중

마약 유통까지 손을 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범행에 사용한 중계기 및 휴대폰, 경찰이 압수한 마약 등.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이용해 필로폰, 케타민 등 시가 29억원 상당 마약 유통까지 벌인 일당의 국내 총책 등 2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보이스피싱 범죄로 시작한 조직이 마약 유통, 밀반입까지 저지른 조직으로 커졌다. 경찰은 해외에 있는 해외총책을 검거하기 위해 국제 수사 공조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9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관리하고 이들을 이용해 마약까지 유통시킨 국내 총책 박모(33·여) 씨 등 27명을 범죄집단조직·활동, 사기,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이중 1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필리핀에 있는 김모(35·남) 씨가 국내 총책인 박씨에게 지시를 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이들은 지난해 5월께부터 보이스피싱 범죄와 해외발신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변작시키는 중계기 580대를 설치, 관리, 주식 리딩방 등을 운영하는 다른 범죄조직 집단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범죄를 벌여왔다. 이들 조직은 수사기관 등을 사칭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81명으로부터 약 11억여원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을 국내에 밀반입하고 이를 판매 및 유통까지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11월께부터다. 박씨는 장기간 범행으로 신뢰관계를 쌓은 현금인출책, 카드수거(전달)책으로 모집한 조직원들을 국내 마약 운반책, 해외 밀반입책으로 활용하면서 마약 유통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필리핀에서 한 번 운반할 때 1.5kg 정도의 마약을 밀반입하는 등 19만명 상당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을 들여왔고, 박모씨는 들여온 마약을 소분하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이들 조직원들은 마약을 판매한 이후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기는 일명 ‘던지기’ 수법을 활용해 마약을 전달했다. [동대문경찰서 제공]

이들은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쌓은 노하우를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기는 일명 ‘던지기 수법’에 활용했다. 판매 장소는 서울, 인천 등 전국을 가리지 않았고, 무인택배함, 소화전 등에 마약을 숨겼다. 경찰은 약 200여곳을 수색해 필로폰 860g, 케타민 1193g, 엑스터시 252정 등 시가 9억8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압수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보이스피싱 피해사건 접수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현금 인출책을 특정한 이후 CCTV 추적 수사, 휴대전화 메신져 대화 분석, 통신수사 등을 통해 일당 27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동대문서 지능팀 5명이 약 1년 간 체포영장 약 300회 정도를 발부 받아 이뤄낸 성과다.

경찰은 “특히 피싱범죄는 많은 수단이 동원되는 만큼 콜센터 조직과 별개로 자금세탁 조직, 대포폰 유통조직 등 역할별로 조직을 구축하고,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죄종을 가리지 않고 범죄에 가담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들이 범죄로 취득한 수익을 박탈하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회복을 위해 국내 총책 A씨 계좌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 신청을 진행하는 등 적극 노력하는 한편, 필리핀에 있는 해외 총책 30대 김모 씨에 대한 국제공조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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