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 Good]모든 객실이 스위트급...'밥 해먹던' 해비치 리조트 잊어라
지난해 7월 재개장 들어간 지 열 달 만
인테리어부터 서비스까지 '고급화' 겨냥
김민수 대표이사 "매출 30% 증대 목표"
제주 동쪽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이사는 20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리조트 제주'(해비치)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제주 남동쪽에 자리 잡은 지 어언 스무 해가 된 해비치는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가까이 재단장을 마치고 29일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는다.
해비치는 이번 공사에 약 720억 원을 들여 객실 내부 등 인테리어부터 식당 메뉴까지 모조리 바꿨다. 룸서비스를 시작했고 컨시어지 등 고객 응대도 강화했다. '리조트는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곳'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특급 호텔에도 꿀리지 않을 휴양 시설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도다.
동제주 한적한 풍경만 살리고 다 바꿨네
'프리미엄급'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졌다. 로비를 포함한 1층 인테리어를 누리끼리한 우드색 대신 샌드베이지색으로 전부 새로 꾸몄다. 프런트 데스크를 지나면 보이는 식당 '이디'(iidy)엔 바다 쪽으로 큰 창이 나 있다. 마치 해변가 절경 그림을 품은 액자처럼 보인다.
시각적 화려함을 추구하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해비치는 인테리어 색감을 일부러 낮추는 데 신경 썼다고 한다. 동쪽 제주의 자연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조식 뷔페 공간으로 쓰이던 이 식당은 이태리 음식 전문 레스토랑으로 바뀌었고 수용 인원 역시 150석에서 202석으로 늘었다.
하이엔드급 호텔에 주로 있는 고급 일식당 '메르&테르'를 포함해 레스토랑 세 곳도 새로 지었다. 메르(mer)는 불어로 '바다'를, 테르(terre)는 '땅'을 뜻한다. 각각 스시 오마카세와 정통 관서식 스키야키를 파는 식당이다. 저녁 식사만 가능하며 스키야키 코스는 1인당 18만 원이고 오마카세는 23만 원이다.
전 객실 '스위트급'으로... 취사도구도 다 뺐다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객실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게 보였다. 김 대표가 말한 대로 "법적으로 손댈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건드려서 방 구조를 새로 짠 것" 같았다. 우선 ①주방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②거실과 침실을 나눈 다음 키웠다. 10개 타입 215개 방은 스위트룸 크기(63㎡·약 19평)에 맞먹는다. 객실 안 가구와 소품은 이재하·조병주 등 떠오르는 국내 가구 디자이너에게 맡겨 맞춤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리조트는 대가족 또는 여러 가족이 함께 놀러와 식사를 만들어 먹고 쉬는 곳이라는 인식이 짙다. 이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해비치는 취사도구와 식기류도 모두 뺐고 대신 룸서비스를 통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숙박 인원도 6~8인에서 4인으로 확 줄였다.
"매출 30% 증대 목표... 고객 수요 맞춰 나갈 것"
해비치는 제주국제공항으로부터 약 45㎞ 떨어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다. 표선면은 관광객이 자주 찾는 애월·중문과 반대쪽이다. 이곳까지 가는 데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와야 한다. 숙박 시설로서는 불리한 입지라고 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표선은 작고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이런 마을에서 무슨 관광을 하겠느냐는 시선이 있었지만 최근엔 여행 추세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남들 다 가는 유명한 관광지를 들르는 '도장깨기식' 여행보다는 '내가 정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며 일부러 남이 가지 않는 도시를 찾곤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여행 수요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김 대표와 원영욱 총지배인에 따르면 재단장 이후 해비치의 객실 가격은 10~15만 원 정도 오른다. 해비치는 이를 통해 "전체 매출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칫 리조트와 고급 호텔 사이 애매한 위치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김 대표는 본인 경험에 비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할 때 제가 담당 실장(브랜드전략실장)이었습니다. 그때도 '에쿠스가 EQ900 된다고 갑자기 럭셔리 브랜드가 되냐'는 질문이 많았어요. 10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분들이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걸 아십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중시하는 분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갈 길이 훨씬 멀기 때문에, 계속 변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갈 겁니다."
제주=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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