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려 미술품 구매?… 차라리 주식·부동산에 투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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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홍콩 컨벤션센터 VIP 라운지에서 만난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벨린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 미술품 애호가들이 늘고, 시장이 급성장한 건 고무적이라면서도 "젊은 컬렉터들이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한다. 그림에 달려들지 말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걸 찾아서 배워나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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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호가 늘고 시장 급성장
경매는 역사 한조각 알리는 것
그림에 무조건 달려들지 말고
자신에게 주는 의미 배우기를”
홍콩=박동미 기자
“미술품 구매 목적이 투자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투자라면 솔직히 주식이나 부동산이 낫지 않을까요?”
지난 28일 홍콩 컨벤션센터 VIP 라운지에서 만난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벨린 사장은 최근 한국에서 미술품 애호가들이 늘고, 시장이 급성장한 건 고무적이라면서도 “젊은 컬렉터들이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한다. 그림에 달려들지 말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걸 찾아서 배워나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2019년 크리스티 홍콩 하반기 경매에서 전화 대리 입찰로 김환기(1913∼1974)의 ‘우주’를 132억 원에 판매한 바 있다.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액을 만든 주인공이지만 미술 투자 열풍은 경계한다고 했다. 그는 “우린 투자하는 법이 아니라 역사의 한 조각을 꺼내어 알리는 사람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크리스티 홍콩의 20·21세기 미술품 저녁 경매를 앞두고 만난 벨린 사장은 조금 상기된 듯 보였다. 전날까지 진행한 핸드백과 보석 등 럭셔리 경매 결과가 흡족해서다. 그는 “시장 회복세를 감지했다”면서 “미술품 경매도 기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상황이 도전적이지만,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고객을 찾아내는 일은 늘 해오던 일입니다.”
소더비, 필립스와 함께 세계 3대 경매사로 꼽히는 크리스티는 한국 시장을 눈여겨 본다. 경매 회사로서는 이례적인 비판매 기획전도 서울에서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벨린 사장은 “한국인들의 열정을 존경한다”면서 “특히 서울은 예술적 성공을 위한 자산이 차고 넘치기에 미술 시장도 탄탄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술엔 국적이 없고 정치도 별 힘을 못 씁니다.” 국제 정세 변화 등 홍콩에서의 사업 전개에 어려움은 없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크리스티 아시아 본사가 오는 9월 신축 ‘더헨더슨’으로 확장·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홍콩의 재도약’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예술 시장 허브로서 홍콩의 저력은 여전하다”면서 “전문가와 자본, 운송 등 인프라 면에서 대체할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술에 있어서 ‘패권 주의’를 우려했다. “크리스티 아시아 본사는 홍콩 혹은 중화권 컬렉터만을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전체를 염두에 둔 확장·이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어요.” 그는 이전 후 홍콩 컨벤션센터를 빌리지 않아도 되기에 더 많은 무료 전시나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20·21세기 미술품 저녁 경매에서 벨린 사장은 김환기의 ‘우주’ 낙찰 때처럼, 전화 대리 입찰자로 나섰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인 이성자(1918~2009)의 ‘그림자 없는 산’(1962) 구매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낙찰받지는 못했다. 해당 작품은 세일즈룸에서 입찰한 외국인 컬렉터가 819만 홍콩달러(한화 14억 5000 만원)에 사들였고, 이는 이성자 작가의 최고가를 경신한 금액이다.
이날 출품된 한국 작품 4점은 모두 낙찰됐다. 이배(1956∼)의 ‘붓질 3-88’은 2억 800만원에 거래돼 ‘붓질’ 시리즈 최고가를 기록했고, 김창열(1929~2021)의 ‘물방울’은 8억 7000만원, 백남준(1932~2006)의 ‘루트 66’은 2억 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기대를 모은 앤디 워홀의 ‘플라워’는 116억 원으로 추정가 내에 팔렸으나 화제성엔 미치지 못했다. 중국 1세대 화가 산유의 ‘꽃이 담긴 화병’은 63억 8000만 원에, 르네 마그리트의 ‘여행에의 초대’가 74억 4000만 원에 팔리며 불황엔 검증된 20세기 작품들이 선전한다는 정설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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