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선 안넘었다는 미국…커지는 레드라인 논란
이스라엘 "근접 전투중"…대규모 지상전 선 그어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난민촌을 공습해 큰 인명 피해를 낸 데 이어 탱크를 앞세워 라파 도심에서 본격적인 시가전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으로, 피란민이 몰려 있는 라파에서 민간인 보호 대책 없는 대규모 지상전 감행에 반대하는 미국은 이같은 이스라엘의 공세가 선을 넘지는 않았다고 평가해 '레드라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영국 BBC 방송은 28일(현지시간) 다수의 이스라엘 탱크가 라파 중심가에 진입했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라파 중심가의 랜드마크인 알아우다 모스크 인근에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주둔해 있다는 목격담이 잇따라 나왔다.
이런 상황은 이스라엘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라파 시가전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군은 이틀 전인 26일에는 라파 서부 탈 알술탄 난민촌을 공습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 24일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렸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난민촌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 발생에 대해 "비극적 실수"라면서도 "승리의 깃발을 게양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라파 공격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8일에는 라파 서부 해안의 한 난민촌이 이스라엘 탱크의 포격을 받아 21명이 숨졌다고 현지 당국자들이 주장했지만, 이스라엘군은 부인했다.
BBC 방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는 여러 명이 심각한 상처를 입은 모습이 담겼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라파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 참사가 일어나고 향후 시가전이 격화하면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는데도 미국은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8일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간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현재 거론할 (대이스라엘) 정책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탱크 한 대, 장갑차 한 대 정도로는 새로운 지상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이스라엘이 라파 중심부의 인구 밀집 지역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벌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지상전은 그동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에 해당하지만 '고무줄'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8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난민촌 공습 참사 이후 성명을 통해 라파에서 '근접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근접 전투는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총기와 중화기 등을 이용해 싸우는 것이다.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군의 주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달 6일부터 라파 동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자칭 표적화된 지상전을 하고 있다. 대규모 지상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라파 도심으로 진격하면서 하마스와의 전투 격화, 이에 따른 민간인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군 최소 5개 전투여단이 라파와 '필라델피 통로'(이스라엘-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에서 작전을 수행 중으로, 라파 서부의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는 이달 초 이후 약 1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라파를 떠났지만 수십만명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한 현지 주민은 "많은 이들이 라파 한복판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자국 방송에 "ICJ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라파에서 집단학살을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집단학살을 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가자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며 "우리는 라파 군사작전이 학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6일 난민촌 공습이) 전쟁범죄인지 아니면 비극적 실수인지는 가자 주민들에게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kms1234@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SNS에 "ㄷ여대 출신, 걸러내고 싶다"(종합) | 연합뉴스
- 메이딘 소속사, 대표의 멤버 성추행 의혹에 "사실무근" | 연합뉴스
- 시어머니 병간호했는데…며느리 아령으로 내려친 시아버지 실형 | 연합뉴스
- "여객기 창밖으로 미사일떼 목격"…위험천만 중동 하늘길 | 연합뉴스
- 트럼프 안보부보좌관 발탁 알렉스 웡 쿠팡 재직 이력 '눈길' | 연합뉴스
- 1조4천억 가치 '저주받은 에메랄드' 23년 만에 고향 브라질로 | 연합뉴스
- "中샤오미 전기차, 하루새 70여대 파손…자동주차기능 오류" | 연합뉴스
- 오토바이 사고당한 90대, 3개월 만에 사망…가해 운전자 '무죄' | 연합뉴스
- "망하게 해줄게"…치킨집서 협박 발언, 대구 중구청 직원 송치 | 연합뉴스
- 운전자석에서 신발 갈아신다가…전기차 식당 돌진 4명 경상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