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세요” 사람 매달고 튄 음주운전車 1시간 쫓은 ‘시민 영웅’

[경기남부경찰청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음주 사고 후 사람을 매달고 도주하는 차량을 1시간가량 쫓아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 영웅'의 활약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오전 3시 40분쯤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의 한 도로에서 만취한 50대 남성 A씨가 몰던 픽업트럭이 길가에 정차돼 있던 쓰레기 수거차량의 후미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A씨는 사고 직후 차를 슬금슬금 뒤로 빼더니 쓰레기 수거차량에 타고 있던 피해 운전자 B씨가 다가가자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B씨는 A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차 조수석 쪽에 매달렸는데, A씨는 차를 세우라고 요구하는 B씨를 매달고 질주했다.

마침 차량을 타고 주변을 지나던 시민 C(30대)씨가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 이 장면을 목격,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그는 112 신고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로 A씨 차량을 뒤쫓아가면서 B씨를 향해 "아저씨, 그냥 떨어지세요. 그러다가 다쳐요"라고 소리쳤다. 500여ｍ를 매달려 끌려가던 B씨는 도로에 굴러떨어졌고, 정씨는 조수석에 동승했던 지인을 그곳에 내려주면서 B씨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하도록 한 뒤 A씨를 본격적으로 뒤쫓았다.

[경기남부경찰청 유튜브 캡처]

C씨는 A씨가 음주 운전자임을 확신하고, 경적을 울리면서 뒤쫓았다. C씨는 "'더 사고나면 안 되는데, 다른 사람들 다치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추가 사고를 우려해 이처럼 큰 소리를 내면서 달렸다고 한다.

C씨는 시흥에서부터 그렇게 1시간가량을 달려 인천까지 A씨 차량을 쫓았고, 결국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부근 막다른 길에서 A씨를 맞닥뜨렸다. A씨는 코너에 몰리자 차를 버리고 도주했고, C씨는 차에서 내려 또 1㎞가량 추격을 이어갔다. 결국 A씨는 C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달했다.

시흥경찰서는 A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A씨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정씨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수여했다.

C씨 지인의 도움으로 병원에 간 피해 운전자 B씨는 경상을 입고 치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신조 시흥경찰서장은 "정씨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큰 피해 없이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