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에서 인천까지…음주운전 차량과 1시간 추격전 펼친용감한 시민

피해자를 매단 채 도주 중인 음주운전 차량의 모습 [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추돌사고 피해자를 매단 채 도주하던 음주운전 차량을 1시간여 가량 추격해 검거를 도운 30대 남성의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정민수(30대·가명) 씨는 지난 3월 31일 경기도 시흥시 신천의 한 도로를 지나다 픽업트럭이 50대 남성을 조수석에 매단 채 도주 중인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픽업트럭 운전자인 50대 A씨는 당시 만취상태로 운전하다 길가에 정차돼있던 쓰레기 수거차량의 후미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슬금슬금 후진을 하던 A씨는 쓰레기 수거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B씨가 다가서자 그대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B씨는 A씨 차량에 매달린 채 차량을 세우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본 정씨는 112 신고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로 A씨 차량을 뒤쫓아가면서 B씨를 향해 “아저씨, 그냥 떨어지세요. 그러다가 다쳐요”라고 외쳤다.

500여ｍ를 차량에 끌려가던 B씨는 도로로 굴러떨어졌고, 정씨는 조수석에 동승했던 지인을 그곳에 내려주면서 B씨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하도록 한 뒤 A씨 차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씨는 A씨가 음주 운전자임을 확신하고, 경적을 울리면서 뒤쫓았다고 한다. 혹시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가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지속해서 큰 소리를 내면서 달린 것이다.

정씨는 시흥에서 인천까지 A씨의 차량을 1시간가량을 쫓아가며 경찰에 현재 위치를 알렸다.

A씨는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부근에서 막다른 길에 몰리자 차를 버리고 도주했고, 정씨 역시 차에서 내려 A씨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1㎞가량 추격을 계속했다.

결국 A씨는 정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달했다.

1시간여의 도주극 끝에 검거된 음주운전자 [제공 : 경기남부경찰청]

시흥경찰서는 A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아울러 A씨 검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정씨에게 감사장과 포상금을 수여했다.

정씨의 지인에 의해 병원에 간 피해 운전자 B씨는 경상을 입어 치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신조 시흥경찰서장은 “정씨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큰 피해 없이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더 큰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따라갔는데, 그렇게 멀리까지 추격한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서로 돕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