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에 즐거움과 반전을 더하는 ‘피트 스톱’ 이야기
피트 스톱 전략을 바탕으로 역전의 발판 마련해 눈길
그러나 사실 국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는 대부분의 레이스카 스프린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피트 스톱이라는 장면 자체가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짧은 거리의 내구 레이스나 최근 슈퍼레이스 무대에서 진행 중인 ‘피트 스톱 레이스’가 피트 스톱을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피트 스톱은 레이스 주행 중 펼쳐지는 또 다른 ‘승부처’로 장거리를 달리는 내구 레이스 등에서는 그 존재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실제 피트 스톱의 시점은 물론이고 그 내용에 모두가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로 인한 ‘경기 결과’가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이어진다.
최근 슈퍼 다이큐를 비롯해 ‘국내 레이서’ 중 가장 다채로운 피트 스톱 경험을 가진 이정우(오네 레이싱)에게 피트 스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올해 오네 레이싱(O-NE RACING) 소속으로 2024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최고 클래스, 슈퍼 6000 클래스에 출전 중인 이정우는 말 그대로 다채로운 모터스포츠 커리어와 보다 넓은 활동 범위를 자랑한다.
실제 카트 경력을 거쳐 2015년 닛산 그란투리스모 아카데미 일본 우승을 시작해, 일본 포뮬러 주니어 시리즈, 현재의 슈퍼레이스 등에 이르고 있다. 더불어 일본의 내구 레이스인 슈퍼 다이큐(Super Taikyu) 등 다채로운 커리어의 지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전륜구동, 후륜구동의 구동방식은 물론이고 차량의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기량을 보장하는 만큼 여러 카테고리에서 뛰어난 활약을 이어왔다. 그리고 2019년과 2022년, 슈퍼 다이큐에 출전 여러 레이스에서 다양한 피트 스톱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9일, 전라남도 영암 KIC에서 펼쳐지는 슈퍼레이스의 ‘피트 스톱 레이스’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과시, 2위로 체커를 받았으며 ‘내구 레이스에 대한 경험,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자신감’을 그대로 입증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트 스톱이라 한다면 F1에서 볼 수 있는 ‘찰나의 피트 스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근 F1에서의 피트 스톱은 ‘급유’가 없는 타이어 교체에 집중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다른 카테고리의 피트 스톱보다 ‘짧은 시간’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F1의 피트 스톱은 ‘짧은 피트 스톱 시간’ 그리고 ‘타이어의 교체를 통한 전략 수정’을 통해 레이스스에 영향을 준다면 보다 ‘보편적인 피트 스톱’은 장시간에 걸쳐 내구 레이스의 지속을 위한 급유가 더해진다. 더불어 교체되는 드라이버에 맞춰 ‘셋업의 변경’, 그리고 ‘메인터넌스 작업’ 등이 더해져 더욱 큰 영향, 그리고 완전히 다른 결과 이어진다.
참고로 슈퍼레이스 무대에서 볼 수 있는 피트 스톱의 경우에는 ‘타이어 교체’ 그리고 ‘급유’ 두 개의 요소가 개입되어 있고 작업 속도 역시 대폭 늘어나는 만큼 피트 스톱을 통한 ‘순위의 변화’가 상당히 큰 편이다.
트랙을 달리던 레이스카가 팀의 결정에 따라 레이스카가 피트로 들어온다. 그리고 팀의 작업공간 앞에 차량을 세우면 다음 교체될 드라이버와 미케닉들이 차량에 달려들어 각종 작업을 진행하고, 모든 작업 후 다시 코스로 복귀한다.
피트 스톱의 실시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가치는 ‘빠르지만 실수가 없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피트 스톱을 정확히 이행하더라도 절대적인 시간이 느리다면 ‘순위’를 뺏기게 되고, 반대로 아무리 빠르더라도 실수가 있으면 ‘레이스의 지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팀들은 많은 연습으로 그 순간을 준비한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타이어 교체와 급유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 후륜 타이어 교체 작업 시 급유 작업과 동선이나 자리가 겹치긴 하지만 무리한 것은 아니다.(더불어 일부 레이스카들이 급유 소켓을 차체 전면, 후면 등으로 옮기며 이를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5월, 슈퍼레이스의 피트 스톱에서 우리 팀은 후륜 타이어만 교체하고, 급유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급유와 타이어 교체 작업이 동시에 진행하지 않은 것을 당시 경기를 지켜본 분들이라면 알고 계실 것 같다.
피트 스톱 전략은 크게 ‘빠른 피트 스톱(언더컷)’과 조금 더 늦은 피트 스톱을 의미하는 오버컷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경기 전’에 수립을 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전략이 순간적으로 바뀌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피트 스톱 레이스 때 브랜뉴 레이싱의 박규승 선수가 언더컷을 하려 했으나 서한 GP 김중군 선수의 페이스에 밀려 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참고로 이러한 전략은 ‘피트 스톱의 횟수’가 1회에서 2회 정도로 비교적 짧은 내구 레이스에서 빛을 발한다. 아무래도 12시간, 24시간에 이르는 내구 레이스는 ‘피트 스톱의 타이밍’ 보다는 피트 스톱에서의 실수 및 오류 등을 방지해 절대적인 피트 스톱 시간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피트 스톱 후에도 여전히 선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간격을 벌릴 수 있다면 완벽한 자리 굳히기가 가능한 것이다. 또 이외에도 다른 레이스카들의 피트 스톱으로 인해 트랙이 깨끗할 때 ‘순간적으로 앞선 레이스카와의 간격’을 줄일 수 있음을 확신할 때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최근 내구 레이스 트렌드에서는 경기 초반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 올려 후미그룹을 떨어뜨리고, 백마커를 만든 후 ‘페이스를 낮춰 운영을 하는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세이프티카에 대한 부담을 비롯해 여러 불안 요소를 지워내는 방식이다. 다만 후미그룹 역시 ‘백마커’가 되지 않도록 열을 올린다.
일본을 대표하는 내구 레이스 대회인 슈퍼 다이큐는 매 시즌 2라운드를 슈퍼텍 24시간 내구 레이스로 개최한다. 24시간동안 펼쳐지는 만큼 정말 많은 피트 스톱이 이어지고, 팀과 선수, 그리고 레이스카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당하다.
이에 팀에서는 RPM 제한은 물론이고 코스팅 등을 통해 전체적인 주행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피트 스톱의 절대적인 횟수를 줄이는 운영 전략을 채택해왔다. 이를 위해 드라이빙 기조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레이스카의 셋업도 새롭게 조율하며 ‘대회 최적화’를 이뤄냈다.
참고로 우리와 경쟁했던 팀 중 하나는 전륜 타이어와 후륜 타이어의 교체 시점에 차등을 두며 ‘피트 스톱’의 절대적인 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나섰고, 네 바퀴를 모두 바꾸는 우리 팀보다 피트 스톱의 시간의 이점으로 순위 경쟁을 펼치며 모두를 긴장시켰다.
오늘 다룬 내용 외에도 실제 여러 내구 레이스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특이한 작전들도 많다. 앞으로 국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도 내구 레이스가 늘어나고, 또 ‘절대적인 경기 시간’도 더 길게 발전한다면 더욱 재미있는 피트 스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도움: 이정우(오네 레이싱) / 마쯔다 스피릿 레이싱(Mazda Spirit Racing) / 크래프트 뱀부 레이싱(Craft Bamboo Racing)
서울경제 오토랩 김학수 기자 autola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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