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인터뷰 태도 논란’ 그 후…이정효 감독 말말말 현장서 들어봤습니다

김화영 2024. 5. 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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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인천전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무성의한 답변으로 '태도 논란'에 휩싸인 광주FC 이정효 감독. 곱지 않은 시선에 이 감독이 곧이어 구단 등을 통해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연맹이 당시 상황에 대한 경위서 제출을 요청하는 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말동무 없어서 인터뷰 실수"…은근한 속내 드러낸 이정효 감독

어제(28일) 사흘 만에 열린 K리그 포항전, 관심이 모두 이 감독의 입에 쏠려서일까요. 킥오프 40분 전 진행되는 사전 기자회견을 앞두고 광주 구단 관계자는 "인천전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겠지만, 아직 경기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우선은 경기 관련 질문만 하고 경기를 마친 뒤에 인천전에 대해 질문을 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킥오프 40분 전 사전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받고 있는 광주 이정효 감독


뒤이어 회견장에 들어선 이 감독의 표정은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견장에는 기자들과 감독 사이 왠지 모를 묘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인천전에서의 인터뷰 논란을 이 감독도 의식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선발 라인업과 전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감독은 특유의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최대한 부연 설명을 덧붙이려는 시도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한 기자가 '광주 미드필더 이희균의 부상 공백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경기력과 관련해 으레 기자가 묻는 질문이었지만, 이 감독의 입에선 의외의 답이 나왔습니다. 묘한 기류 속에서 이 감독 스스로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겁니다.

"(이희균 공백이) 많이 큽니다. 일단 제가 재미가 없습니다. 저하고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어서, 제 말동무가 없어서 그래서 제가 요즘에 조금 인터뷰 실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 풀 데가 없어가지고, 이희균 선수가 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이후에도 선수에 대한 역량, 광주의 전술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는 와중에 이 감독은 답변을 통해 은근한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Q. 22세 이하 카드로 문민서를 많이 기용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취임하시고 계속 몇 시즌 동안 엄지성과 같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들어냈는데, 그 선수들의 1~2년 전 모습과 비교하면 이 선수는 어떻습니까?

"처음하고 지금 하고는 좀 많이 달라졌어요. 선수가 일단 받아들이는 게, 인성이 좋아서.. 감독보다는 인성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받아들이는 게 좋아서 앞으로 좀 많이 발전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희 팀에는 저 말고 선수들, 모든 분들은 다 인성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Q. 경기 전 박태하 감독님은 기 싸움이 오늘 경기 포인트가 될 거라고 하셨는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 싸움이라고 하면 일단 제가 이미 이긴 것 같습니다. 제 전투력이 상당히 많이 올라가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가 좀 유리할 것 같습니다."

약 10분간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천전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이 더는 나오지 않자, 이 감독은 "직원 분들이 안도하고 계시네요"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정효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유니폼에 이정효 감독 이름을 마킹한 광주 팬


현장 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체로 광주 팬들은 이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한다는 듯한 반응이었습니다. 유니폼에 선수가 아닌 감독의 이름을 새기는 팬들이 이렇게 많은 구단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감독에 대한 광주 팬들의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저는 광주의 어떤 선수보다, 이정효 감독님의 리액션을 보는 게 좋아서 팬이 됐어."
- 이성학 / 광주FC 팬

"이정효 감독님은 정말 광주 팬들에게 정말 아버지 같은 분이에요.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러실 분은 아닌데 (인천전) 경기를 아쉽게 지다 보니까 선수들을 좀 더 보호하시려고 자기를 희생해서 그런 식으로 인터뷰를 하셨다고 생각해요."
- 박재현 / 광주FC 팬

원정팀 포항의 팬 역시 "이정효 감독의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고, 다른 팀의 수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판단해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K리그의 팬으로서 굳이 좋지 않은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좋지 않겠냐고 덧붙였습니다.

■인천전 이후 "축구에만 집중하자" 말 아껴


경기 시작 후 그라운드 위 이 감독은 여느 때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공격이 잘 안 풀리는 선수들에게 강하게 소리치거나, 판정과 관련해 대기심에게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전반 5분 이른 실점을 내주며 끌려간 광주는 후반 포항의 수적 열세에도 골망을 흔들지 못하고 0대 1로 졌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 회견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 감독은 지난 인천전 무승부를 기록했을 때보다 오히려 침착해 보였습니다. 리그 14경기 연속 실점엔 "감독이 덕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고, 선수에 대한 평가와 패인에 대한 진솔한 분석도 남겼습니다.

뒤이어 인천전 인터뷰 논란에 대한 조심스러운 질문에 이 감독은 '축구에만 집중하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별도로 사과의 말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애써 상황을 무마하려는 변명도 없었습니다.

"축구에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광주로 내려와서 바로 인천전 리뷰하고 계속 저 스스로한테, 저를 좀 더 괴롭히려고 '축구에만 집중하자'고만 생각했습니다. 좀 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플레이, 새로운 전술, 선수들한테 맞출 수 있는 부분, 선수들의 성장에 대해 더 신경 쓰자고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이 감독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태도를 둘러싼 주변의 시선보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광주의 경기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징계 여부는 검토 중…"실패 통해 지혜로워진다"의 속뜻?

이 감독이 말을 아끼고 언행을 주의하면서 날선 반응이 점차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징계 여부 검토'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이 감독의 태도나 언쟁에 대해서는 연맹 규정상 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아 징계로 이어지기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연맹이 상벌위원회 소집 여부 등을 검토하기 위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도, 경기 종료 직후 인천 무고사와의 충돌, 기자회견에서 '무실점'을 언급한 것이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 표출 여부 등 규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기자회견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벌할 규정이 없는 건,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을 상호 간 지켜야 할 '예의'의 영역에 맡겼기 때문일 겁니다. 기자와 감독이 서로 경기의 관전 포인트, 선수 현황 등 여러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팬들이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건 이미 스포츠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화끈하고 직설적인 화법이 이정효 감독 특유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팬들이 이번 논란으로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릴 방법에 대해 묻는 기자회견 마지막 질문에 이 감독은 "독일 속담에 '사람은 실패를 통해 지혜로워진다'는 말이 있다"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이 감독이 광주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언급한 이 속담, 어쩌면 아쉽게도 이번 논란을 자초한 스스로한테도 되새겨야 하는 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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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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