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빠짐없이 필로폰 나왔다…마약 검출된 의외의 장소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한 곳도 빠짐없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인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행태’에 관한 작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별 최소 1개 이상,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하되 산업·항만 지역 등을 추가해 57개 하수처리장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곳에서 연간 분기별로 4회 하수를 채집해 주요 불법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 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등의 검출량을 조사했다.
하수처리장 시료에서 마약류가 발견됐다면 누군가 화장실에서 마약을 버렸거나, 마약 복용자의 대소변으로 배출된 잔류 마약류가 검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단속기관의 적발 외에 실제로 사용되는 마약류의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호주와 유럽연합(EU) 등에서도 활용 중인 조사 기법이다.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오정은 교수가 주관한 하수 역학 연구팀 조사 결과,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불법 마약류인 필로폰은 전국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심지어 2020년부터 같은 조사를 실시했는데, 4년 연속으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
다만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된 마약류 양을 분석하고, 하수유량과 하수 채집 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을 추산했다. 2020년에는 하루에 24.16㎎의 필로폰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2022년에는 18.07㎎, 20203년에는 14.40㎎으로 낮아졌다.
반면, 코카인의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은 늘어났다. 2020년에는 0.37㎎이었으나 2022년에는 0.40㎎, 2023년에는 1.43㎎으로 훌쩍 뛰었다. 식약처는 “코카인은 그간 서울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2023년 세종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역별 사용추정량을 보면, 필로폰의 경우 경기 시화와 인천광역시 검출량이 많았다. 암페타민은 충북 청주와 광주광역시, 코카인은 서울과 세종의 검출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지역별 사용추정량은 시료 채취 시기의 강수량, 집회 등 이벤트나 하수처리 구역 내 유동 인구 등의 영향으로 인해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마약류 사범의 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코카인 사용추정량 증가와 관련해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 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이미 대한민국은 마약류 불법 사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관세청, 경찰청 등 수사기관 등과 협업해 해외 불법 마약류의 유입 차단 및 국내 유통 근절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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