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트랜스파머, 농촌경제의 디지털 이장님이 될 수 있을까?

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 2024. 5. 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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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트랜스파머는 ‘AI기반 농촌 경제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김기현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작년 농촌의 토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질 때 였다. 소풍벤처스는 기후테크의 영역을 크게 에너지, 순환경제, 농식품으로 나누고, 농식품 투자를 집중한 지 4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유통을 중심으로 시작해서 생산까지 넘어오며 농식품의 밸류체인을 놓고 많은 투자를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밸류체인에서 이해 관계자를 생각해 보면 생산자부터 자재업체, 도매업자, 가공업자, 물류업자, 소매업자, 소비자, 처리업자까지 너무 다양한데 그 중에서 농업의 생산자 그리고 지역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토지의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었다.

필자는 소풍벤처스에서 지역혁신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기도 하고, 펀드를 운용 하며 지역의 경제와 산업 그리고 금융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한다. 특히 지역 군 단위의 경제 활동에서 농업이 차지 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고 그 시작은 땅에서 시작된다.

김기현 트랜스파머 대표. /트랜스파머 제공

◇“농업의 근간, 농지 그리고 무너져 가는 근간”

부동산의 영역은 크게 주거용, 상업용, 산업용 그리고 농업용 부동산으로 나뉜다. 지역펀드를 운용하며 지역의 산업과 연계성이 높은 산업용 부동산과 농업용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 중 농지에 관심을 가지며 농지의 변화에 따른 역사에 대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한국의 역사 책에서 들어 봤을 ‘농지개혁법’이 그 중 하나였다. 일제 강점기 지주제 였고, 농부들은 소작농으로 일을 하고 쌀로 삭을 받았는데 해방 후 실제 소작농에게 땅이 주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3ha(약 9,000평)이상 되는 지주에게 증권을 교부하고 땅을 몰수 해 소작농에게 땅을 나눠 주는 것 이었다. 농지개혁법이 발효 된 1950년 이후 1ha(약 3,000평) 이하 농지가 50% 가까이 되고, 3ha 이상은 26%에서 1%로 급격하게 줄 게 된다. 당시 개별 경작지는 작아졌으나 소작농이 땅을 소유하게 되면서 작은 땅에서 최고의 생산량을 만들어 내게 된다. 한국은 농사 짓기 어려운 사계절, 작은 땅,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했다. 농지개혁이 오늘날 한국의 경제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 자료는 너무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 식탁을 책임진 역전의 용사였던 농업인은 평균 연령 68세가 되셨고, 인구감소와 인건비⋅전기료⋅자재비 폭등에 따른 소득감소, 불 안정한 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 등에 이어 지역소멸까지 걱정해야 한다. 필자는 흔히 이야기하는 시출이다. 도시로 상경한 시골 출신을 말하는데, 시골마을에서 유년을 보냈고 그땐 몰랐지만 평생 농사를 지셨던 할아버지와 농사를 그만 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 역사 속에 있었다.

트랜스파머 앱 화면. /트랜스파머 제공

◇“우리 동네 농지 거래와 가격은 이장님만 알아”

예전에는 농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동네 사람들은 늘 ‘농지를 사고 싶으면 이장님에게 가라’고 말했다. 단순히 농담이 아니라 농지의 가치는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데, 매물의 정보, 기후 조건, 토양의 질, 주변 개발 상황 등 복합적으로 농지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바로 이럴 때 강 넘어 이씨가 땅을 내놨는지, 김씨가 내놨는지, 그 땅에 어떤 작물이 잘 되는 지, 이장님의 정보력과 경험 그리고 지식이 빛을 발한다. 마을 주민들과 관계를 갖고 경험적으로 마을의 농업과 경제 상황을 지켜 봐 온 이장님은 각 필지의 특성과 가치를 꿰뚫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농촌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도시에 사는 자녀가 상속받고 농사짓지 않는 땅이 어디있는지 그 자녀는 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결심을 하고 농사를 짓더라도 기후 조건과 토양, 작물 선택 등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보를 찾기 어렵다.

트랜스파머는 토지, 특히 농지의 문제에 집중하지만 농지 거래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 농지의 가격, 기후⋅토양 데이터 기반 농장 진단, 귀농 희망자의 농지찾기, 거주 공간을 위한 전원주택 건축비 분석, 연금 가입을 위한 농지연금분석 등 ‘농지 위에 들어선 모든 것을 데이터화 해서 가치를 만든다’는 철학 아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 있다. 트랜스파머의 사업을 처음 들었을 때, 농지를 재해석하고 농산업의 농지와 작물, 주거와 금융을 아우르는 농촌 디지털 경제의 챗봇같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파머 웹페이지 화면. /트랜스파머 제공

◇“농촌의 데이터와 에너지, 그 변화를 이끄는 금융”

한국의 도시 계획에서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에 대응하기 위해 1962년 ‘도시계획법’이 만들어졌고, 도시의 체계적인 발전과 관리, 도시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환경을 개선해 왔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깨끗하고 편리하게 구성된 도시의 모습은 그 영향일 것이다.

반대로 농촌의 특성을 반영한 개발을 위한 ‘농촌계획법’은 그간 없었다. 60년이 지난 지금 2024년 3월 29일 ‘농촌공간 재구조화 법’이 발효 되면서 법적 근간을 마련되었다. 농촌특화지구를 크게 7개의 지구로 농촌마을보호지구, 농촌산업지구, 축산지구, 재생에너지지구 등 농촌의 삶과 산업, 그리고 문화가 함께 하는 농촌 다움을 담아내는 삶의 여건을 만든다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의 인구와 산업 구조상 20년 만 빨랐다면 어땠을까, 우리 부모님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시점에 맞춰 농촌은 새로운 삶의 대안이자 새로운 경제 활동의 터전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농촌의 토지를 단순히 농사짓는 곳으로만 볼 것인가를 보면 이제는 아니어야 한다. 농촌의 가능성을 다시 재해석 해야 하는데, 트랜스파머가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토지 융합 생산 플랜트’에 대한 계획과 그 가능성을 봤을 때 이 팀에 꼭 투자하고 싶었다.

기존에 개발한 토지의 가치 산출과 작물 수익의 산출을 넘어서, 토지 위에 결합되는 스마트팜, 양식장, 스마트 축사, 영농형 태양광 등 에너지원까지 견적이 계산되고, 사전에 예비 농장주가 수익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다면 수요는 충분히 있다고 보였다.

농촌의 토지는 작물 생산을 넘어 새로운 생산의 가치를 창출하는 토지로 재조명 될 수 있다. 한국도 1950년 농지개혁법을 통해 농지가 너무 작게 쪼개져 있어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규모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특히 한국의 농기계, 농자재 등 농산업 영역의 새로운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려면 규모화 된 농가가 많아야 한다. 정책적으로 농지 통합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조각을 모아 큰 퍼즐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다.

장기적으로는 농지리츠, 대리경작 등 규모화 할 수 있는 서비스 및 금융적 방법들을 지속해서 고안하되, 지금은 작은 땅에서 소수 인력으로 최대 효율과 생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접근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작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영동형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에너지원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농장주도 존재한다. 그렇게 보면 농촌 경제 시작인 땅을 다루는 트랜스파머와 소풍벤처스에서 그간 투자 한 노지 스마트팜, 영농형 태양광, 식물공장, 스마트 축사, 내수면 양식, 곤충 스마트팜 등 산업의 결합 지점은 많다. 삼정KPMG 전략컨설턴트 이사 출신인 김기현 대표는 부동산 데이터에 대한 전문성과 농산업 및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농촌에는 더 많은 전문가와 인재들이 필요하다.

트랜스파머 데이터. /트랜스파머 제공

◇“농촌의 남겨진 퍼즐과 재배치”

다 쓰고 나니 작년에 설립한 초기 스타트업 하나를 투자하면서 너무 희망 찬 글을 하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농촌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농식품 투자를 하다보면 ‘한국의 농업이 경쟁력이 있는가’를 항상 질문 받는다.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트랜스파머를 봤을 때 한 가지 가능성을 봤다.

정주 인구 문제와 별개로 ‘우리는 농촌의 땅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 땅을 재해석하고 농촌의 산업을 재편하며, 도시와 연결을 통해 재배치 되어야 한다. 현재 지역 소멸에서 거점 도시만 살아남아도 성공적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IT와 제조업의 강국 한국은 새로운 농촌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고, 그 안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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