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여론전 본격화…대구시는 ‘건립 추진위’ 구성
대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동상 건립 등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어서 동상을 둘러싼 찬반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29일 오후 6시30분부터 동성로에서 출범식을 갖고 박정희 동상 반대 및 홍준표 시장 규탄시민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범시민운동본부 결성 경과와 활동계획 발표, 홍 시장 규탄 및 동상 건립 반대 주장, 동상 반대 시민참여 퍼포먼스와 출범선언문 발표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홍준표 시장 취임 1년 8개월 동안 대구 시정은 거대한 퇴행과 폭주를 거듭하며 반민주·반인권·반자치로 돌아가고 있다”며 “2·28 민주운동으로 빛나는 대구의 정신과 역사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 동상 반대 시민선언과 관련 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범시민 서명운동 등을 벌일 계획이다. 또 시민토론회 형태의 시민참여 반대 활동 등도 벌이기로 했다. 국회 차원의 토론회 및 법제적 대안 마련 등도 요구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이날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대구시의회에서 통과한 조례안에서는 위원회를 15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대구시는 동상 건립 과정에서의 실무를 이끌 건축·조각·미술·안전 등 분야 인사 10명과 대구시의원 1명 등 11명으로 위원회를 꾸렸다.
앞서 대구시의회는 지난 2일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시의원 32명 중 국민의힘 소속 31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이 조례안은 대구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과 관련 행사, 그 밖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념사업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구시가 설립한 공사·공단 또는 출자·출연한 법인에 관리 및 운영을 위탁할 수 있게 했다. 예산 범위 내에서 위탁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조례안에 포함됐다.
대구시는 동상 2곳 건립을 위해 올해 추경에 14억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이중 일부를 투입해 올해 말까지 동대구역 광장에 동상 하나를 세울 방침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대구대표도서관의 경우 지하주차장 공사가 완료되는 내년 8월 이후에나 동상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동상이 주차장 부지 위에 조성되는 도서관 공원 내에 놓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집행 지연 사유를 밝히고 예산을 이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홍 행정국장은 “앞으로 기념사업 추진위원들이 동상의 크기와 디자인, 구체적인 위치 등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게 된다”면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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