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 옛말… 하수처리장서 4년 연속 필로폰 검출 [뉴스+]

정재영 2024. 5. 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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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은 시화·인천, 코카인은 서울·세종
2023년 세종서 코카인 첫 검출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감소 추세”

우리나라 하수처리장에서 4년 연속 필로폰이 검출됐다. 정부는 하수를 분석해 마약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하수역학 기반 불법마약류 사용행태’에 대한 2023년도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한다고 29일 밝혔다.

◆“韓 하수처리장서 4년 연속 필로폰 검출”

하수역학은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유량과 하수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것으로, 수사·단속기관의 적발 외에 실제로 사용되는 마약류의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호주와 유럽연합 등에서도 활용 중인 조사기법이다. 실제 사용량은 ▲시료채취 시기 ▲하수로 폐기된 마약류의 양 ▲허가된 의약품의 (몸에 흡수돼 밖으로 배출되는)대사물질 등 영향으로 사용추정량과 차이가 있을 순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오정은 교수 주관으로 꾸려진 하수역학 연구팀은 2020년부터 용역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국 17개 시‧도별 최소 1개소 이상,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하되 산업·항만 지역 등을 추가 대표 하수처리장을 선정하고, 이곳에서 하수를 연간 분기별로 4회 채집해 주요 불법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암페타민·엑스터시(MDMA)·코카인 등의 검출량을 조사했다.

조사대상은 2020년 57개소, 2021년 37개소, 2022년 44개소, 2023년 57개소이고, 이중 34개소는 4년 연속조사했다.

◆지난해 세종서 코카인 첫 검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불법마약류인 필로폰은 4년 연속으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다만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사용추정량)은 2020년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로 나타났다.

하수처리장의 마약류 농도를 통해 해당구역 주민 천명당 일일 사용량을 추산하는 사용추정량은 2020년 24.16mg을 시작으로, 2021년 23.18mg, 2022년 18.07mg, 2023년 14.40mg으로 감소세다.

코카인의 경우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이 증가했지만, 그간 서울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2023년에는 세종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

코카인의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은 2020년 0.37mg에서 2021년 0.58mg, 2022년 0.40mg을 거쳐 지난해 1.43mg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세종의 경우 코카인 사용추정량이 2022년까지 0mg이었는데, 2023년 15.46mg으로 큰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 코카인의 사용추정량은 유럽·미국·호주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으로, 사용이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과 관리가 요구된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지난해 유럽의 코카인 사용추정량은 약 353.90mg이고, 미국(약 1800mg, 2022년 기준), 호주(약 610mg, 2022년 기준)도 우리나라의 20배 이상이다.
식약처 제공.
◆필로폰은 시화·인천, 코카인은 서울·세종

지역별 사용추정량을 보면 필로폰은 경기 시화·인천이 높았으며, 암페타민의 경우 청주․광주, 엑스터시는 경우 경기 시화·목포, 코카인의 경우 서울(난지)과 세종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식약처는 “지역별 사용추정량은 시료 채취 시기의 강수량, 이벤트(집회 등)나 하수처리 구역 내 유동 인구 등 영향으로 인해 단순 비교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인천참사랑병원 천영훈 원장은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나 마약류 사범 수의 암수율(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식약처가 발표한 ‘2023년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 국내 성인 100명 중 3명이 마약류 불법 사용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천영훈 원장은 특히 코카인 사용추정량 증가와 관련해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방, 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향이 대구지부장은 “국내 마약류 사용행태는 더이상 특정 지역이나 특정 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별 적절한 교육내용,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규한 마약안전기획관은 “이미 대한민국은 마약류 불법 사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식약처는 관세청, 경찰청 등 수사기관 등과 협업하여 해외 불법 마약류의 유입차단 및 국내 유통 근절에 힘쓰고, 마약류 예방부터 사회재활까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그간 실시해 오던 특정물질 위주의 분석과 대사체를 포함한 다빈도 검출 물질 분석을 병행해 필요시 임시마약류나 마약류로 지정하고 신종마약류를 탐지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시‧도보건환경연구원과 협업해 하수역학 기반 마약류 실태조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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