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기 땅콩 섭취하면 청소년기 땅콩 알레르기 예방"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십 년 동안 알레르기 전문의들은 식품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 어린 영아에게 땅콩과 같은 알레르기 유발 식품 섭취를 피할 것을 권장해 왔다. 과학자들이 영아기에 땅콩 제품을 먹이면 청소년기까지 땅콩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생애 초기에 땅콩을 섭취하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만 건 이상 발생하는 땅콩 알레르기 사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디언 랙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소아 알레르기과 교수 등 연구팀은 영아기부터 5세까지 정기적으로 아이에게 땅콩 제품을 먹이면 수년 후 청소년기에 땅콩 알레르기 발생률이 71%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28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5년에 발표된 '땅콩 알레르기에 대한 조기 학습(LEAP)'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영아기 땅콩 섭취가 청소년기 땅콩 알레르기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LEAP-트리오' 연구를 진행했다.

LEAP 연구에 참여한 생후 4~11개월 영아 640명은 각각 절반씩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연구에 참여한 아기들은 이미 심한 습진이나 달걀 알레르기 또는 두 가지를 모두 겪고 있었기 때문에 땅콩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높았다.

한 그룹은 땅콩 식품을 피하고, 다른 그룹은 일주일에 세 끼 이상 식사와 함께 땅콩을 함유한 간식(매주 땅콩 단백질 6g)을 섭취했다. 연구 결과 영아기 일찍부터 땅콩을 정기적으로 먹은 아이들은 5세가 되었을 때 땅콩 알레르기 위험이 81% 감소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LEAP-트리오 연구팀은 LEAP 연구 참가자 중 508명을 6세부터 12세 이상까지 추적 관찰했다. 해당 기간 동안 아이들은 원하는 양과 횟수만큼 땅콩 식품을 먹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땅콩 20개 이상에 해당하는 최소 5g의 땅콩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통제된 환경에서 땅콩 섭취량을 점차 늘리며 연구를 진행했다.

또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땅콩 섭취 패턴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과거 LEAP 연구팀이 검증한 기법인 참가자들의 침대에서 나온 먼지 속 땅콩 양을 측정해 참가자들의 자가 보고 내용을 검증했다.

그 결과 영아기에 땅콩을 먹지 않은 그룹의 15.4%와 영아기 땅콩을 섭취한 그룹의 4.4%가 12세가 넘었을 때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랙 교수는 "영아기에 땅콩을 먹이면 장기적으로 땅콩 알레르기 내성을 유도하고 청소년기까지 아이들을 알레르기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며 "간단한 개입으로 미래 세대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와 땅콩 알레르기 발생률이 급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조지 듀 토이트 킹스칼리지런던 소아 알레르기과 교수는 "영아기에 땅콩을 섭취하는 방법은 빠르면 생후 4개월부터 시행할 수 있는 땅콩 알레르기를 막기 위한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인 개입 방법"이라며 "영아가 이유식을 시작할 수 있을 때 땅콩을 갈아 부드럽게 만든 형태나 땅콩잼이나 크림이 들어간 간식을 먹이면 된다"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김하은 인턴기자 hesse@donga.com,har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