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재난문자에 논란…"과잉 대응 vs 당연한 조치"
'공습 경보' 아닌 '경계 경보' 조치
한밤중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전단 관련 '긴급 문자'가 발송된 데 대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일명 '삐라'가 접경지역을 비롯한 경기도 전역에 경보를 울릴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느냐에 대한 의견과, 휴전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피해를 사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긴급 문자 안에 영어로 적힌 'Air raid Preliminary warning' 표기도 논란 대상이 됐다.
■ 재난 문자 두고…적절vs부적절
경기도는 지난 28일 오후 11시34분께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 [경기도]"라는 내용의 위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자정무렵 경보음과 함께 문자 알림이 울린 탓에 경기도민 사이에선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성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34)는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데 일을 하다가 문자를 받고 '집에 못 가나' 싶어 깜짝 놀랐다. 천천히 다시 읽어보니 '삐라'를 뿌렸다는 내용인데 이게 야외활동을 자제할 만한 내용인지 의문이었다"면서 "이전에도 풍선 등 대남전단이 날아왔지만 이번처럼 요란하게 알림이 울린 건 처음이라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반대로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B씨(37)는 "신생아를 키우는 중인데 아이와 함께 자다가 (문자 소리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잠이 깨긴 했지만 삐라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도 모르고, 괜한 위험 상황이 생기기 전에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반면 재난 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던 지역에선 '우리는 왜 대상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화성시에 거주한다는 C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경기도에 재난 문자가 뿌려졌다는데 접경지역만 대상인 것이냐, 저는 화성에 사는데 아무 문자도 오지 않았다"며 "수원·용인 등 접경지와는 거리가 먼 경기남부권에도 알림이 왔다는데 이상하다. 경기도 전역에 뿌릴 만한 일인가 싶으면서도 왜 우리 지역은 배제됐을까 싶다"고 전했다.
국민안전포털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재난 문자의 대상지역은 수원시, 의정부시, 평택시, 동두천시, 고양시, 남양주시, 오산시, 용인시, 파주시, 안성시, 양주시, 포천시, 연천군 등이었다.
■ “軍 요청에 따른 발송”…지침상 ‘경계 경보’ 알림
동시에 경기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경기도에 관광 온 외국인 사이에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라는 표현을 중심으로 불만이 샜다. 이 말이 '공습 예비경보'로 번역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각종 SNS를 통해 "어떤 바보가 전단을 공습이라고 번역하느냐", "경보 때문에 심장마비가 올 뻔 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민방위경보통제소는 전날(28일) 오후 11시2분 군 당국으로부터 PS-LTE(Public Safety-LTE·재난안전통신망)를 통해 "위급 재난 문자를 발송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 지침 등에 따라 군의 요청이 들어오면 지자체는 문자 발송을 하게 돼 있고, 해당 문자 내용 역시 군 측이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경기도민방위경보통제소 관계자는 "저희는 (행정안전부 지침 등에 따라) 군 부대에서 요청을 받으면 위급 재난 문자를 보내게 돼 있다. 어제 상황은, 군 측에서 발송 문자 내용까지 전달해주며 긴급하게 요청을 해왔고 PS-LTE로도 수차례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습 경보'인지, '경계 경보'인지는 통제소가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경기도 측은 '경계 경보'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민방위경보통제소 관계자는 "지난 3월12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 등에 공문을 보냈다. 이 내용 안에는 'Air raid Preliminary warning'는 경계 경보, 'Air raid warning'은 공습 경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저희의 문자가 '공습 경보'로 번역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침에 따라 명확히 '경계 경보'로 보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급 재난 문자를 보낼 당시만 해도 대남전단에 오물이 들어있을지, 위험물질이 들어있을지 전혀 판단이 안 됐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경찰 231건·소방 50건 ‘문의 쇄도’
현재 경기도 안에선 파주·동두천·포천 등지에서 대남전단 풍선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는 중이다.
전날 오후 10시17분께 동두천 소요산역 인근 식당에선 풍선 잔해가 발견됐다. 발견된 풍선의 잔해에는 두엄(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담긴 봉투도 매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해당 물질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파주에서도 광탄면 등 일대에서 풍선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는 터진 풍선 잔해와 두엄을 담은 봉투가 발견됐으며, 전단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평택시 진위면 사후동저수지 인근 나무에선 대남전단 8개 등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북부경찰청 112상황실에는 오늘(29일) 오전 10시 기준 풍선 목격과 재난 문자 관련 문의 등 15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역시 같은 시간 기준 78건의 문의가 들어왔다.
또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는 같은 날 오전 7시 기준 50건의 단순문의가 접수됐으며, 4건의 출동(동두천·파주·성남·김포)이 이뤄졌다.
한편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중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016년에도 풍선에 오물을 실어 날려 보낸 적이 있다.
김요섭 기자 yoseopkim@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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