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17명 감염' 이 병 심상찮다…10년새 최대 유행에 '방역 비상'
백일해 환자가 폭증한다. 확진자가 매월 2배 이상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면서 반년도 안 돼 지난해 전체의 3배에 달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방역 정책의 안일함을 질타한다. 10년 새 최대 규모로 발생한 이유를 역학조사를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백신 정책 등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 대책위원회(이하 감염병대책위)는 29일 "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백일해 감염원은 예방접종을 거의 하지 않는 청소년과 성인이라고 봐야 한다"며 "역학조사, 혈청 역학조사 결과를 종합해 새로운 백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백일해 확진자는 지난 27일 기준 총 875명이다. 전년도인 2023년 전체 환자(292명)의 3배에 달한다. 3월 이후 61명→210명→445명 등 확진자가 한 달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더블링'이 이어진다. 최근 10년 새 동기간 가장 많은 환자가 올해 발생했다. 이 추세로라면 환자가 가장 많은 2018년(980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경상남도는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백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올해도 약 400명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장기간의 '감염병 데이터'가 축적된 만큼 진료·연구 경험이 풍부하다.
이번 유행에 대해 감염병대책위는 "백일해가 국내에서 토착화됐다"며 "최근에 백일해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검사량에 비례해 환자 수가 늘어난 것도 있다. 정확한 것은 역학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백일해는 백신 미접종 시 1명이 17명을 감염시킬 만큼 전파력이 강하지만, 밀접 접촉 대상은 1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로 제한적이다. 또 야외에서는 확진자와 접촉해도 감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백일해는 외국보다 병원성도 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안동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백일해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백신 미접종자가 대부분인데도 모든 신생아가 별 탈 없이 쉽게 회복됐다. 2015년 창원, 2023년 마산에서는 경미한 증상으로 백일해를 의심하지 않았다가 우연히 PCR 검사에서 이 병을 진단받는 사례도 있었다.
감염병대책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백일해로 사망한 환자는 아직 없다. 백일해는 특히 1세 미만에 치명적인데, 우리나라는 '어린이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이 연령에 백일해 백신(DTaP) 예방 접종률이 97.3%(2022년 기준)에 달한다. 예방접종 덕분에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백일해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마상혁 대책위원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임상적으로 환자의 증상은 대부분 심하지 않고 가볍게 나타난다"면서도 "그러다 보니 의료 현장에서 진단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성인의 경우 만성 기침이 있을 시 반드시 백일해균 감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감염병대책위는 강조했다. 이미 만성기침의 원인이 백일해균 때문이라는 국내 논문도 발표된 적이 있다. 아이들과 달리 성인은 병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고, 감염 후 시간이 지나면 PCR 검사에서도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진단율이 낮을 뿐이란 것이다.
과거 미국도 청소년과 성인에서 백일해 발생이 증가하고 이들이 지역 사회에 백일해를 전파하는 순으로 감염이 확산했다. 이는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백일해 백신 개발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마상혁 대책위원장은 "성인의 경우 백일해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다"며 "미국처럼 Td 백신 대신 Tdap백신 접종으로 바꾸어야 한다. 적어도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나 아이와 동거하는 부모는 Tdap 백신 접종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dap 백신 접종 후 방어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최근에는 학계에서도 진화하는 백일해균에 맞춰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마상혁 대책위원장은 "환자가 발생한 경우 방역 당국과 지역 의사가 임상 정보와 역학 정보를 공유해야 진단과 치료가 잘 이뤄지고 감염 확산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백일해 예방을 위해 새로운 백신 개발에 나서는 한편 접종 계획 수정 등 방역 대책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균(Bordetella pertussis)에 의해 발생하는 제2급 법정 감염병으로 콧물이나 경미한 기침으로 시작해 발작성 기침으로 진행하는 특징을 보인다. 웁소리가 나는 기침이 발작적으로 발생하고 이후 구토, 무호흡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주로 기침할 때 공기 중으로 튀어나온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환자 발생 시 24시간 이내 원칙적으로 신고·격리해야 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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