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삐라, 위급 상황이라면서"…30분 늦은 재난 문자, 왜?

양성희 기자 2024. 5. 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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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긴급하게 울려 시민들을 놀라게 한 '위급 재난 문자'를 둘러싸고 여러 궁금증이 제기된다.

지난 28일 밤 경기·강원 일부 지역 주민에게 '북한 대남 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 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라는 내용의 위급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늦은 밤 일정 지역에서 일제히 울린 위급재난문자 알림에 시민들은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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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밤 북한이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뿌린 대남 전단이 경남 거창까지 날아가 한 논에 추락했다. 실제 전단은 없고 쓰레기가 담긴 봉지가 매달려 있다. /사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제공

늦은 밤 긴급하게 울려 시민들을 놀라게 한 '위급 재난 문자'를 둘러싸고 여러 궁금증이 제기된다. 우선 이번 북한 행위가 국가적 위급 상황이었는지다. 또 만약 국가적 위급 상황이 맞았다면 군 당국 발표보다 늦은 뒷북 알림이 왜 발생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28일 밤 경기·강원 일부 지역 주민에게 '북한 대남 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 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라는 내용의 위급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재난 문자는 재난의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문자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로 구분된다. 이번에 발송된 알림은 단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휴대전화에서 재난 문자 수신을 꺼놨더라도 알림이 울리게 된다.

늦은 밤 일정 지역에서 일제히 울린 위급재난문자 알림에 시민들은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특히 문자에 'Air raid Preliminary warning'(공습 예비경보)이란 표현이 담겨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위급재난문자가 발송된 배경은 전쟁 위험보다는 시민 안전 때문이었다. 북한이 보낸 대규모 대남 전단(삐라)에 담긴 오물 무게가 상당해 시민이 다칠 우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군이 파악한 물체는 오물이 담긴 풍선 백여개다. 실제 풍선이 터지고 오물이 떨어지면서 차량 파손 등 피해가 나오기도 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보낸 게 단순히 전단이 아니라 풍선에 담긴 오물과 쓰레기인데 무게가 상당하다"며 "풍선이 공중에서 터지거나 지상에 떨어졌을 때 충격이 꽤 있는 수준이라 길 가던 시민이나 차량에 떨어졌을 때 심각한 부상,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득이하게 심야 시간에 놀라게 한 것은 송구스럽지만 안전이 위협되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28일 밤 경기도, 강원도 거주민들에게 전달된 위급재난문자/사진=국민재난안전포털

뒷북 위급재난 문자가 발생한 것은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라 군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재난문자를 보내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8일 밤 11시쯤 국방부 기자단에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가 경기·강원 접적지역 일대에서 식별돼 군에서 조치 중'이라며 '민방공 경보 체계로 지역 주민에게 전파된 사항'이라고 알렸다.

그런데 경기도 도민들이 위급 문자를 받은 것은 군 발표 후 약 30분이 지난 같은 날 밤 11시 34분이다. 강원도민들은 이보다 30분 더 늦은 29일 오전 0시2분쯤 같은 내용의 위급 문자를 받았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재난문자방송시스템 운영은 행정안전부장관이 하도록 돼 있다. 재난문자 사용기관도 이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이에 군이 관련 내용을 파악해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하면 지자체 등을 거쳐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 군 당국 요청을 받은 경기도, 강원도가 대처하는 데 있어 시차가 발생한 셈이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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