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타격왕’의 이름이 바뀐다··· 니그로리그 기록 품에 안은 MLB
메이저리그(MLB) ‘홈런왕’ 하면 베이브 루스인 것처럼, ‘타격왕’ 하면 나오는 이름은 타이 콥이었다. 1905년부터 1928년까지 24시즌을 뛰면서 통산 4189안타를 때렸고, 타율 0.366을 기록했다. 통산 최다안타 2위에 통산 타율 1위의 전설적인 교타자였다.
이제 그 이름이 바뀐다. 기록만 놓고 보면 그렇다. MLB 타격왕은 이제 콥이 아니라 니그로리그의 강타자 조시 깁슨이다.
MLB가 30일(한국시간)부터 니그로리그 기록을 MLB 기록으로 공식 포함한다. 2020년 12월 이런 방침을 발표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니그로기록을 어떤 기준으로 정리할지를 정하고, 각각의 경기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니그로리그는 1920년부터 1948년까지 유의미하게 존속한 흑인들 만의 리그다. 흑백 인종 분리의 시대, 흑인들은 백인들의 리그에 함께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야구를 했다. 니그로리그라고 하지만 하나의 단일리그는 아니었다. 서로 다른 7개 리그가 따로 존재했고, 리그마다 1년 동안 펼치는 경기 수도 제각각이었다. 이를테면 1942년 ‘니그로 아메리칸 리그’는 1시즌 단 26경기만 치렀고, 1927년 ‘니그로 내셔널 리그 I’은 91경기나 치렀다. 이들 리그에 대한 규정타석, 규정이닝 공식은 현행 방식과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다. 즉 경기 수와 같은 이닝을 던져야 규정이닝을 충족하고, 경기 수에 3.1을 곱한 만큼 타석을 소화해야 규정타석을 채운 것으로 판단했다. 기존 MLB와 비교해 한 시즌 경기 수가 다르다 해도 따로 별표(*) 등은 표시하지 않기로 했다. 윌리 메이스, 재키 로빈슨 등 니그로리그에서 뛰다 MLB로 넘어온 선수들도 기존 MLB 기록에 니그로리그 기록을 그대로 포함하기로 했다
니그로리그 기록이 포함되면서 깁슨은 단숨에 MLB 여러 부문 기록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단일 시즌 최고 타율(0.466·1943년), 최고 장타율 (0.974·1937년), 최고 OPS(1.474·1937년) 기록 모두 그의 차지가 됐다. 통산 타율에서도 0.372로 타이 콥을 뛰어넘어 역대 1위가 됐다. 통산 장타율(0.720)과 통산 OPS(1.178) 역시 깁슨이 1위다. 베이브루스의 통산 장타율(0.690), 통산 OPS(1.164)를 앞섰다.
MLB 커미셔너 롭 만프레드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제 MLB 공식 기록에 니그로리그의 선수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니그로리그 선수들의 업적은 미국 역사에서 이들의 승리, 그리고 (최초의 흑인 MLB 선수) 재키 로빈슨이 1947년 LA다저스에서 데뷔하는 데까지 이어진 경로를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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