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판 짠돌이 도전, 고물가 버티는 ‘안 사요’ 챌린지 유행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에서 생필품 외에 다른 물건들을 일절 구매하지 않고 최대한 버티는 ‘노 바이 챌린지(No-buy challenge)’가 유행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챌린지는 충동 구매를 막고 과소비를 줄여 환경에도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년 동안 노 바이 챌린지를 선언하고 틱톡이나 레딧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이 버티는 상황을 인증해 나가는 게시물을 포스팅을 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레딧의 노 바이 챌린지 그룹방에는 5만10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모였으며 경험담을 각자 공유하고 있다.
챌린지의 기본 규칙은 1년 동안 자신의 삶에 정말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는 것이다. 미용이나 꾸밈에 필요한 제품은 물론 탄산음료와 같은 간식도 구매할 수 없다. 챌린지는 1년을 꼬박 지키는 것이 목표지만, 처음 챌린지에 나선 사람들은 3개월 등 자신이 현실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기간을 설정하고, 모든 소비를 끊는 극단적인 목표 대신 최소한의 교제 비용은 허용하는 등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절하기도 한다. 챌린지는 수년 전 한 블로그에서 예산을 세우고 신중하게 지출하는 것을 실험한 데서 착안해 최근 SNS에서 인기를 모은 트렌드로,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증 영상을 보면서 버텨나가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이런 챌린지가 유행하는데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 한몫했다. 미국은 지금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이다. 높아진 물가를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금리인하를 하지 않고 고금리를 버티고 있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고 있다. 미국 재정당국은 지난 15일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다소 둔화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있으며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하기 까지는 멀었다는 의사를 표했다.
특히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성인 3명 중 2명이 지난해 인플레이션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됐으며, 이 중에는 카드 이용대금을 전혀 지불하지 못한 이들이 17%로 늘었다. CNN이 인용한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은 작년에 둔화됐을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미국인들의 생계에 큰 타격을 입혔고 몇몇 부문에서는 파괴적인 타격을 입혔다”며 “성인의 절반 이상이 지출을 하고 나면 돈이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장 지불해야하는 월세 비용이 치솟고 택시비, 생필품비 등 모든 비용이 커지는 상황 때문에 줄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검소한 생활을 찬양하며 함께 버텨나가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사람들은 의류나 화장품을 사지 않았을 때 얼마나 돈을 아낄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하고, 또 상품 충동을 억누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 지에 대한 경험담을 나누며 챌린지를 이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인증 동영상은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챌린지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SNS 유명인 사이에서도 화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엘리사 버만은 명품 의류 등의 과소비로 신용 카드 빚이 몇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노 바이 챌린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버만은 의류 신상품, 화장품, 헤어 메이크업 물품 구매 금지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선언한 뒤 도전을 통해 빚을 크게 줄였다. 그의 틱톡 계정 팔로워는 6만 명에 달하고, 그의 포스팅은 1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단순히 검소한 생활을 위해서가 아닌, 환경 보호 목적으로 소비를 최소화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 참여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물품이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충동구매였는지 따져보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무분별한 소비가 환경을 파괴할 수 있음을 되새기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뉴욕의 금융플래너인 비헤이비어럴 센츠의 캐리 래틀 최고경영자(CEO)는 과도한 지출을 삼가려는 새로운 문화는 긍정적이라며, “(도전은) 당장 구매하고 싶은 충동, 도파민에 대한 필요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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