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도 믿어준 KT와 이강철 감독을 이기적인 처사로 저버린 박병호, 팀을 바꾼다고 떨어진 기량이 회복될까

남정훈 2024. 5. 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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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에 공을 제대로 맞추질 못하는 데 팀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을까. KT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홈런왕’ 박병호가 트레이드를 통해 타격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KT와 삼성은 지난 28일 경기를 마친 직후 박병호와 오재일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 시즌 박병호는 최악의 부진을 거듭했다. 44경기에 나서 101타수 20안타로 타율 0.198에 그쳤다. 트레이드마크인 홈런은 단 3개에 불과했다. 101타수 중 삼진은 무려 38개다. 타석수가 121번이니 타석당 삼진율은 31.4%로 김형준(NC), 한유섬(SSG, 이상 33.3%)에 이어 3위다. 다만 김형준은 9홈런, 한유섬은 12홈런을 때려냈으니 홈런포를 위한 삼진이라고 납득이 되지만, 박병호는 홈런수가 단 3개였으니 무작정 스윙을 크게 돌리다 삼진만 당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박병호의 wRC+(조정 득점 창출력)은 73.2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을 100으로 놓고 보면 박병호는 리그 평균보다 25% 이상 득점 창출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성적을 내면 아무리 과거에 홈런왕 6회(2012, 2013, 2014, 2015, 2019, 2022)를 차지한 ‘국민거포’로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벤치행이 당연하다. 이런 타자를 타선에 박아두면 팀 타선의 생산력이 좋아질리 없다. 워낙 베테랑에 대한 대우를 잘 해주는 KT 이강철 감독이었기에 박병호가 121타석이나 기회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병호의 하락세는 지난해 가을야구에 조짐이 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158(38타수 6안타)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NC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4번타자로 출전한 박병호는 20타수 4안타 1타점, 타율 0.200으로 팀 공격의 흐름을 망쳤다. 볼넷은 없었고, 삼진 7개에 병살타를 2개 때려냈다.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부진은 계속 됐다. 이강철 감독이 무한 신뢰를 보내며 4번타자로 계속 출전했지만, 3차전에 역전 투런포를 때려내며 멀티히트를 때려낸 것을 제외하면 1,2,4,5차전에선 1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지난 가을야구의 부진이 올 시즌에도 계속 됐다는 것은 1986년생으로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 아홉인 박병호에게 에이징 커브가 찾아왔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베테랑을 중용하는 이강철 감독도 박병호의 이름값을 높이쳐 무조건 주전으로 출전시킬 순 없었다. 박병호 대신 중용된 문상철이 타율 0.322 9홈런 26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세계 어떤 감독을 데려와도 박병호 대신 문상철을 기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박병호는 지난 25일 경기가 끝난 뒤 1군 말소 과정에서 웨이버공시로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트레이드 요청이 아닌 웨이버공시 요청은 이례적이다. 자신을 주전으로 기용해줄 수 있을 팀을 찾기 위해 방출을 해달라는 것이다. 에이징 커브 논란이 올때마다 손을 내밀어준 KT구단과 이강철 감독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는 처사였다. 팀에 대한 생각은 없고 철저히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KT는 박병호에게 괘씸죄를 적용해 그냥 방치해둘 수 있었지만, 끝까지 베테랑에 대한 예우를 해줬다.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서 오재일과 맞바꾸는 선택을 했다.

이제 관건은 박병호가 삼성에선 과연 주전으로 뛸 수 있느냐다. 삼성의 주전 1루수는 외국인 타자 맥키넌이다. 지명타자 자리는 고정된 선수 없이 구자욱이나 다른 선수들이 돌아가며 나온다. 삼성엔 우타 거포 자원이 별로 없기에 박병호에게 기회가 돌아올 수도 있지만, 지금의 기량, 기록으론 아무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홈런이 잘 나오는 타자친화적인 구장이라해도 소용이 없어보인다. 구장이 아무리 작아도 타구를 띄워야 홈런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철저히 이기적인 처사로 KT에서 나오는 데 성공한 박병호. 과연 삼성에서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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