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과학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학제간 융합이 강점… 철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 가르쳐"

이예은 객원기자 2024. 5. 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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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대학교 게임학과 마이클 영 학과장 인터뷰
인천 송도의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전경.

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접해 보는 것이 ‘게임’이다. 강한 오락적 기능은 일상에 재미를 선사하고, 잘 만들어진 게임은 감동까지 준다. 하지만 중독성과 자극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게임은 탄생 이후 줄곧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야누스적 콘텐츠’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시대의 게임은 컴퓨터공학·AI(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더욱 높은 몰입감, 우수한 완성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플레이어들에게 순기능을 발휘하는 게임이 계속 탄생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개발 인력이 필수이다. 이러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게임학과’가 국내에는 흔치 않지만, 지난해 인천 송도에 세워진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게임학과(게임학 이학사 학위 과정)가 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본교를 둔 유타대 게임학과는 비디오 게임 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자랑하며, 게임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유타대 게임학과의 마이클 영 학과장을 만나 ‘미래의 게임’ 인재 양성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유타대학교 게임학과의 마이클 영 학과장은 학생에게 단순히 게임의 ‘플레이어’가 아닌 ‘메이커’로 성장하기 위한 열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제공

-게임학과에 몸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배우가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1984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새크라멘토 캠퍼스에서 컴퓨터과학 학사학위를, 1988년 스탠퍼드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피츠버그대에서 지능형 시스템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게임 AI 전문가로서 스토리를 만드는 AI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들과 스토리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게임 엔진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유타대 ‘게임학 이학사’ 학위 과정은 한국에 흔치 않은데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컴퓨터과학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학제간 융합이 강점입니다. 철학·예술·사회학·공학·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가르칩니다. 게임이라는 것은 문·이과 통합 콘텐츠이기에, 대표적으로 융합적 인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게임학’을 컴퓨터공학과나 커뮤니케이션학과 수업 중 일부로 가르치는 학교는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게임학과로서 ‘게임’ 자체에 집중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또 유타대는 최초로 e스포츠팀을 창설한 대학 중 한 곳입니다. 이에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는 글로벌 e스포츠 인재 육성 전문 교육 기관인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와 지난해 3월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장학금뿐만 아니라 인턴십 프로그램과 게임학과 교수 특강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할 계획입니다.”

-학사과정 대부분이 대규모 팀 기반 프로젝트라고 들었습니다. 팀 프로젝트에선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서, 분쟁 등으로 팀워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지도자로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팀 프로젝트야말로 우리가 가장 집중하는 일입니다. 게임 제작 과정 중 팀워크를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수들이 원활한 프로젝트 진행에 관여합니다. 교수들도 직접 팀에 들어가, 일반적인 수업보다 훨씬 더 밀착해서 관리합니다. 그리고 어떤 팀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교수들이 직접 문제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해결하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한 가지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팀 내에서 ‘배틀(battle)’과 ‘퍼즐(puzzle)’로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교수들이 개입해 이를 적절히 해결하도록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수업 과정입니다. 우리 학과의 모든 학생들은 졸업 프로젝트로 게임을 개발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교수들도 애씁니다.”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 수단에서 벗어나 의학·교육 등 여러 업계에서 유익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무궁무진한 매력은 무엇인지요?

“게임은 대단한(great)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 힘은 그냥 ‘엔터테인먼트’가 아닙니다. 헬스케어·러닝·트레이닝·디자인·액티비티 등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이 게임입니다.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융복합 직업’입니다.”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게임학과 교수들은 직접 학생들 팀에 들어가, 일반적인 수업보다 훨씬 더 밀착해서 관리한다.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게임학과 게임 랩.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게임학과 게임 라운지.

-학생들이 만들어낸 성과가 궁금합니다.

“아시다시피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는 지난해 처음 만들어져서,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모두 아직 2학년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본교의 성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생들 게임이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올라가 많은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히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3년마다 하나 정도는 이른바 ‘터지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로서 어떤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그리고 훌륭한 게임은 어떤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게임의 요소 중 ‘스토리’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그래서 스토리가 강력한 게임을 좋아합니다. 플레이어와 상호 작용하는 스토리, 즉 인터랙티브(interactive) 게임에 관심이 많습니다. 모두가 아는 ‘체스’에서도 플레이 때마다 다른 스토리가 펼쳐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스의 ‘말’에 각자 캐릭터와 역할(role)을 부여하고 그 관점에서 플레잉한다면 생각지 못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로서 어떤 학생을 가르쳐보고 싶으신지요.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게임 ‘메이커(maker)’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어(player)’ 상태로 입학하겠지만, 저희가 ‘플레이어’에서 ‘메이커’로 가는 길을 함께 할 것입니다. 게임학과에 들어오려면 그냥 재밌게 ‘플레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메이커’로서 힘겨운 창조의 과정도 버틸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캠퍼스에선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지, 영어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입학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잉글리시 랩(English Lab)’이라는 프로그램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영문 에세이(essay)나 과제 작성 시 도움을 요청하면 멘토링해주고 있습니다. 지원자 중에는 외고생이나 영어에 능통한 학생들도 있지만, 일반고 출신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입학 당시에 영어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학사과정을 마치는 데 어려움 없도록 밀착 케어하고 있습니다.”

유타대학교 게임학과는…

전 세계 게임학 전공 학부 중 1위로 꼽혀

유타대학교 게임학과는 전 세계 게임학 전공 학부 중 1위로 꼽힌다. 인천 송도의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게임학과 역시 본교의 긴 전통을 이어받았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게임학과에서는 전문 교수들이 △스토리 제작 △게임 개발 △디자인 설계 △판매 전략 등 게임 산업에 관한 전 과정을 가르친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교육과정으로, 프로젝트에선 △스토리를 만드는 학생 △비주얼을 담당하는 학생 △코딩을 짜는 학생 △음악을 입히는 학생 등이 한 팀을 이루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게임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을 배운다. 또 컴퓨터공학·비디오게임·3D애니메이션 등 ‘학제 간 융합’ 강의를 듣게 된다. 학생들은 유타대 아시아캠퍼스에서 3년, 미국 솔트레이크캠퍼스에서 1년 공부한 뒤 유타대학교 게임학 이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졸업 후에는 미국에서 3년 동안 근무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주어진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게임학과는 국내 학생들의 경우 문·이과 구분 없이 지원 가능하다. 오는 7월 15일이 2024년 가을학기 최종 지원 마감일이다. 다양한 학내 장학 제도가 마련돼 있고, 학교와 인천글로벌캠퍼스 재단에서 근로장학금을 받는 길도 열려 있다. 미국 유학과 비교하면 학비가 적게 드는 편이며, 전공에 따른 등록금 차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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